日에서 배운 '고향사랑기부제'…뭐가 다른가 봤더니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4.01.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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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서 배운 '고향사랑기부제'…뭐가 다른가 봤더니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故鄕納稅)'를 벤치마크한 제도다. 두 제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가 같고 운영 방식도 상당 부분 비슷하다. 다만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의 수준과 기부액 활용 범위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기부액 많을수록 더 받는 일본
일본의 고향납세는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와 비교해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액 10만원까지 세액을 전액 공제하고 초과분부터는 16.5%의 공제율을 적용한다. 기부액 상한은 500만원이다. 기부액의 최대 30%까지 답례품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부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기부자가 받는 경제적 혜택은 기부액 대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은 기부자 부담액이 2000엔(약 2만원) 뿐이다. 이를 초과하는 기부금에 대해선 전액 세액이 공제된다. 세액공제 한도액은 소득, 가족 수 등에 따라 다르다.



일본 총무성이 제시한 예시(독신 기준, 기부자 부담액 2000엔 제외)에 따르면 연간 급여 수준에 따른 세액공제 상한액은 △연간 급여 500만엔, 연간 6만1000엔 공제 △급여 750만엔, 11만8000엔 공제 △급여 1000만엔, 18만엔 공제 △급여 2000만엔, 56만9000엔 공제 등으로 소득이 많을수록 공제를 많이 받는 구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일본의 고향납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액공제 한도액이 증가하고 납세자 부담금이 2000엔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고향납세액(이하 기부액)이 증가할수록 총 기부액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율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또 "답례품은 기부액에 비례해 가액이 결정되므로 답례품의 가치를 고려하면 기부액이 증가할수록 납세자가 받는 경제적 편익이 증가하는 구조"라고 했다.

기부금 활용, 어디까지 가능한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금을 주로 '주민 복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에는 활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부금 활용 범위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의 주민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고향납세는 지역 주민 복리 증진 외에 지역 산업 증진, 관광·교육·정주 촉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인 고향납세 재원 활용 분야는 △마을만들기·시민활동 △스포츠·문화진흥 △건강·의료·복지 △환경·위생 △육아 △안전·방재 등으로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일부 지자체는 도도부현(都道府?) 아래 행정단위인 시정촌(市町村)에 위임해 활용 분야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일본은 특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형태의 고향납세도 이뤄지고 있어 한국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기부액 용도를 사전에 정해 기부받는 방식을 허용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자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기 전에는 기부금 사용 용도보단 기부금 획득에 집중하게 되며 (이를 위해) 답례품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제도 발전이 정체된다"며 "고향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해 기부금 사용 용도에 집중하면 지역 발전을 위한 목적 사업에 충실하게 돼 제도 취지를 발전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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