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대게 줬더니…" '인구 2만' 日도시, 1600억 기부 모은 비결

머니투데이 네무로(일본)=박광범 기자 2024.01.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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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대게 줬더니…" '인구 2만' 日도시, 1600억 기부 모은 비결


네무로시가 고향납세 제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5년이다. 지역의 자랑인 수산물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도시로 유통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로 고향납세 제도를 떠올렸다.

시오하라 야스유키 네무로시 종합정책부 지역창생주사는 "당시만해도 네무로시의 특산물을 인터넷상에서 전국에 유통하는 노하우가 부족했다"며 "네무로시 특산품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지역 수산물을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네무로시의 고향납세 답례품 구성을 보면 수산물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11월6일까지 등록됐던 네무로시의 답례품은 총 3334개인데 이중 85.2%가 수산물이었다. 연어와 털게, 대게, 연어알, 성게 등이 인기상품이다.

네무로산 수산물이 답례품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자 네무로시 고향납세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4년 338만7000엔에 불과했던 고향납세 기부금액은 2015년 12억9010만엔으로 급증했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더니 2022년 기부금액은 176억1278만엔(약 1600억원)까지 불어났다.



네무로시는 단순히 답례품에만 기대지 않았다. 기부자들에 대한 빠른 피드백으로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를 꾀했다.

시오하라 주사는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부가 제대로 접수됐는지 불안함을 느낀다"며 "기부자들의 문의를 시청 직원들이 직접 접수해 처리할 뿐 아니라 기부 받은 다음날 반드시 기부자에게 접수 완료 서류를 발송해 기부자들이 안도감을 느끼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시오하라 야스유키 일본 훗카이도 네무로시 종합정책부 지역창생주사/사진=박광범 기자시오하라 야스유키 일본 훗카이도 네무로시 종합정책부 지역창생주사/사진=박광범 기자
네무로시는 고향납세로 들어온 기부금 활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의료 △인력 확보 △어업 자원 증가 △육아·저출산 대책 △보험·의료·복지 등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무로시는 2021년 '지방창생 추진 등에 관한 기금관리 4개년 계획'을 만들었다. 세부 기부금 활용계획을 바탕으로 2024년도 말까지 기금 잔액 200억엔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2022년도 회계연도 말 기준 175억8000만엔을 확보했다.


지역민들을 위해 기부금이 활용된 사례도 있다. 훗카이도 북동지역에 위치한 네무로시는 과거 최저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면 혹한에 시달린다.

이에 네무로시는 2021년 12월 고향납세 재원을 활용해 어린이들이 혹한 등 악천후에서도 마음껏 놀 수 있는 실내 어린이 놀이터를 개장했다. 첫 고향납세 기부금 활용 사업으로 어떤 것을 추진하면 좋을지 시민들과 논의한 결과였다. 2023년 7월까지 이 시설을 이용한 어린이는 약 3만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주말이면 1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실내 놀이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 네무로시의 특산품인 수산자원 증식을 위해서도 기부금이 쓰인다. 수산자원이 늘어나면 답례품도 풍부해지고 결과적으로 고향납세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시오하라 주사는 "과거와 비교하면 네무로 근처 바다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 어업인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수산물 자원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네무로시가 지금보다 더 수산도시로서 빛날 수 있도록 수산자원 증식에 고향납세 기부금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무로시가 생각하는 고향납세 활성화 비법은 '체감'이다. 시오하라 주사는 "지금까지는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못했던 일들이 고향납세 덕분에 할 수 있게 됐다는 성공체험을 시민들에게 축적시켜주려 하고 있다"며 "기부자 입장에서도 기부 덕분에 네무로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잘 알려 고향납세 효과를 체감시켜주면 재기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네무로시가 고향납세 재원을 활용해 만든 '실내 어린이 놀이터'/사진=박광범 기자일본 네무로시가 고향납세 재원을 활용해 만든 '실내 어린이 놀이터'/사진=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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