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한 대형 햄버거 가게. /사진=박상혁 기자
18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메뉴판을 살피던 연세대 재학생 이모씨(24)는 높아진 햄버거 가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 앞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면 시중에 싸게 나오는 밀키트로 식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햄버거로 식사를 간단히 때운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햄버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올랐다. 피자, 떡볶이 등 외식 물가 20가지 품목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2일 대표 메뉴인 빅맥 가격을 5500원으로 책정하는 등 불고기 버거,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가격을 300원 올렸다.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올랐다.
맘스터치도 지난 10월31일 언빌리버블 버거 단품을 5900원에서 6200원으로 올렸다. 화이트갈릭버거, 딥치즈버거, 휠렛버거 단품도 모두 300원 오른 5200원, 4900원, 4700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버거킹은 지난 3월10일 대표 메뉴 와퍼를 6900원에서 7100원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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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각역에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커피를 마시던 유모씨(69)는 "햄버거 가격 오른 건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에겐 확 체감된다"며 "종각 근처엔 나이 든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이 사는데 그 사람들 입장에선 더 힘들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햄버거 가격 부담에 대체품을 찾는 시민들도 늘었다. 대학생 이모씨(22)는 "앞으로도 햄버거 가격이 오르면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처럼 싼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25)도 "부모님 용돈을 받으며 자취하고 있다"며 "돈을 아끼기 위해 앞으로 집에서 혼자 해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햄버거 가격의 향후 추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햄버거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및 물류비, 제반 비용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 가격을 결정한다"며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물가 등 가격 인상 요인은 있지만 가맹점 협의체와 충분한 논의를 해 인상 폭이나 인상 시기를 결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