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다 죽는다"...소비자 권익 침해하는 온라인플랫폼법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3.1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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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유제품 코너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유제품 코너에서 시민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의 '자사우대 금지'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우대 남용 제한은 포털 검색 IT기업의 광고 상품부터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PB(자체브랜드)상품까지 모두 포함해 '자사 제품'으로 보고 여기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대에 최대 10만종 정도가 한 점포에 진열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은 사실상 무한대 제품 진열이 가능하다. 공정위가 '자사우대 규제'를 도입할 경우 e커머스의 PB상품이 이미 잘 알려진 NB(식품제조업체 브랜드)상품에 대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형마트의 경우 입구에서부터 PB상품을 진열해두고 있는데 e커머스에서 PB상품을 최상단에 노출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차별적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경우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유통단계 거품을 줄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이같은 규제는 사실상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이중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e커머스 사업자들은 대부분 직매입 사업과 오픈마켓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플랫폼법이 도입될 경우 오픈마켓 사업에서 파트너 업체간 계약관계를 따져볼 때 이중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규제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의 치약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롯데는 최근 제과와 푸드를 합병해 빙과시장 시장점유율 1위(45%)로 올라섰다. 통신분야에선 SK텔레콤(47.7%·가입자 수 기준), 유료방송에선 KT(35.5%)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국내 주요 식품 상장사들 가운데 대상의 조미료(미원) 시장점유율은 95%에 육박하고 커피 믹스를 만드는 동서식품은 시장점유율 90%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도 상당수가 자체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들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여부를 판단하면서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뿐아니라 온라인 업체와도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을 유보했다. 유통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실을 인정한 판단이다.

이를 적용하면 온라인쇼핑몰 시장 점유율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쿠팡(24.5%)과 네이버 쇼핑(23.3%), 지마켓(10.1%)도 600조원 규모의 온오프 통합시장에서는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그치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 560조원 규모의 미국 아마존보다 작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부분의 기업 시장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지배적사업자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여당 지도부에 가칭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들과 '토의 안건'으로 올려 방향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방통위·기재부 등에 법안 추진 내용을 보내고 의견 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소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기로 했다.

사전 지정 사업자는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같은 정량 정성 요건을 고려해 정하는데, 이 기준을 넘으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규율 내용에 대해선 '4가지 대표 반칙 행위'인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를 금지하겠다고 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에 대한 임시중지명령을 도입하거나, 공정거래법과 비교해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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