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이오·헬스 산업 이끌 의사과학자 양성 위해 연구중심의대 설립해야

머니투데이 김병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2023.12.1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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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사진제공=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사진제공=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을 겪으면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과학자가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성과가 없었다면 코로나19 백신이 1년 만에 나올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

의사과학자는 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임상 의사와는 다르다. 미래 질병을 다루는 '예측 의학', 인공 장기를 활용하는 '재생 의학', 난치병 치료를 위한 '맞춤형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산업 의사로도 불리는 의사과학자에게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연구 능력은 필수다. 지난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7%가 의사과학자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대·의전원 졸업생 가운데 의사과학자로 양성되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은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과정을 운영했다. 현재 약 120개 의과대학에서 MD(의사 면허증)와 PhD(박사학위)를 병행해 교육하고 있으며, MD와 PhD를 모두 보유한 졸업생의 83% 정도가 임상의가 아닌 의사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바이오산업의 핵심 인력인 의사과학자 양성에 두 팔을 걷었다.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로 삼았으며, 지난 2월 카이스트를 찾은 윤 대통령은 의사과학자 육성 대학원 설립을 적극 검토하라 지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별도의 연구중심 의대 설립 대신 기존 의대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 의대를 활용한 의사과학자 양성체계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2014년부터 정부가 의료 R&D(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연구중심병원 육성 사업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이 임상실험이었고 임상 외 R&D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존 의대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으로는 임상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껏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했으나 성과는커녕 한계만 드러났다. 그런데도 기존 의대와 대학병원 체제에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의과대학 중심의 기존 양성체계에서 벗어나 공과대학 중심의 새로운 의사과학자 양성체계를 도입해야 할 때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양성 시스템이 서로 경쟁하며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포스텍, 카이스트와 같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공과대학은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연구중심 의대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 특히, 포스텍은 공학과 의학을 융합한 바이오·헬스 연구에 필요한 전 주기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미크론 변이 진단기술, 바이오잉크로 프린트한 최초의 인공 방광, 광음향 현미경, 스마트렌즈 등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우리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연구중심 의대를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고 인류의 건강을 지킬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에 의대 정원 배분을 비롯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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