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니 아내 숨져 있었다" 항변…법원은 "남편이 살해"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3.1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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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사진=임종철 디자이너


30년 넘게 함께 살던 아내를 살해한 7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고상영)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1)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2월 전남 고흥군 자택에서 32년간 함께 살던 사실혼 관계인 아내 B씨(66)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때린 건 맞지만,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상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월 불구속 송치했다. 법원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검 결과 B씨가 '목졸림에 의한 질식'으로 숨진 것을 확인했다. B씨의 손톱에서는 A씨의 DNA가 검출됐다.



검찰은 A씨의 심리 분석 결과와 금융계좌내역, 관련 전과 기록 등을 토대로 A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에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A씨와 검사의 의견,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 재판으로 진행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 혼자 술 마시고 잠들었다. 새벽에 깼는데 아내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며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 집 밖으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해 119에 신고했다. 검찰이 정확한 증거도 없이 내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행 전후 외부 침입 흔적 없이 A씨 부부만 집에 머물고 있던 점 △B씨가 외출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B씨의 온몸에 상처가 있던 점 △B씨 손톱에서 A씨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방어흔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B씨와 이혼한 뒤 다시 사실혼 관계로 지내왔지만, B씨의 대출금을 모두 부담하는 등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며 "모든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살인 동기가 전혀 없지 않았다. 만취 상태에서 B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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