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들었던 손 '멈칫'…"다신 안 사" 꼼수 인상에 소비자 뿔났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김온유 기자 2023.12.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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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지하 1층 식품코너를 찾은 주민들이 어묵 등을 사기 위해 진열된 상품을 살피고 있다/사진=김온유 기자1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지하 1층 식품코너를 찾은 주민들이 어묵 등을 사기 위해 진열된 상품을 살피고 있다/사진=김온유 기자


14일 오전 11시쯤 서울 구로구 한 대형 할인마트. 60대 노인 한 명이 슬라이스 치즈 한 봉지를 들어 용량을 들여다보더니 안경을 꺼내 썼다.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상품과 비교하더니 들고 있던 치즈를 다시 매대에 내려놓고 길을 나섰다. 비슷한 시각 다른 60대 여성은 우유에 적힌 작은 글씨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구매를 포기했다.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슈링크플레이션)한 품목이 공개되자 소비자 사이 괘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견과류, 맥주, 우유, 핫도그 등 9개 품목의 37개 상품의 용량이 평균 12% 줄어들었다. 줄어든 품목은 △'HBAF'(바프)의 견과류 16종 △동원에프엔비 김 2종 △해태제과 만두 1종 △오비맥주 맥주 1종 △씨제이제일제당 소시지 2종 △몬델리즈 인터내셔널(호올스) 사탕 7종 △연세대학교 연세유업 우유 2종 △서울우유협동조합 치즈 2종 △풀무원 핫도그 4종 등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양반김을 사러 온 남성 이모씨(33)는 "용량이 줄어든 것을 몰랐는데 듣고 나니 기분이 좋을 수 없다"며 "미리 알았으면 다른 것을 샀을 것"이라고 했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김은 기존 한 봉지 당 5g이었던 것을 지난 9월 4.5g으로 줄였다.



대체 품목이 명확한 경우 상당수가 이씨처럼 소비 철회 의사를 밝혔다. 해태제과의 고향만두를 구매한 이승현씨(36)는 "최근 여러 회사에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인다고는 들었는데 그게 고향만두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는 다른 제품을 살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대체할 상품이 없는 경우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을 집어들었다. 여러가지 맛을 첨가한 견과류를 판매하는 'HBAF'(바프)가 대표적이다. 'HBAF'는 소비자원 통계 기준 가장 많은 품목의 양을 줄였음에도 소비자의 발길은 이어졌다.

직장인 원태희씨(40)는 동료와 함께 회사 야유회를 위해 장을 보러 와 허니버터·아몬드맛 아몬드 등 6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원씨는 "맛 때문에 이 브랜드 제품을 사는 거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 같은데 양을 줄인 건 기분이 나쁘긴 하다"며 "고객들 기분 나쁘지 않게 미리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양모씨(23) 역시 회사 행사 때문에 'HBAF' 제품을 구매했는데 "꼼수 인상을 했다니 괘씸하다"면서도 "대체할 상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1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대형 할인마트 지하 1층 식품코너에 진열된 상품/사진=김온유 기자1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대형 할인마트 지하 1층 식품코너에 진열된 상품/사진=김온유 기자
장을 보러온 시민들 대부분 이번에 공개된 슈링크플레이션 품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양이 줄었다고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미선씨는 "예전과 장 보는 금액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집에 가서 확인해보면 양이 확연히 줄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이모씨(90)는 "어묵 같은 건 1만원에서 2000원이 올랐는데 양은 더 줄었다"며 "마트에서 싼 물건, 시장에서 싼 물건이 다 달라서 한번 장을 보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은 줄고 가격은 오르니 이씨처럼 여러 곳을 돌며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4인 가족의 주부인 서모씨(54)는 "우리 집은 식비가 150%가량 늘었고 다른 집도 2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할인마트 측은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할인 행사를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 매장 정육 코너에서 일하는 최모씨는 "요즘은 할인 할 때가 아니면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원 플러스 원'(1+1)이나 할인 행사를 하면 30분은 기다려야 될 정도로 줄을 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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