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 원점으로…출판사 불복 항소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12.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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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경기 파주 형설출판사 앞에서 불공정계약 규탄 및 '검정고무신' 장례집회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팬아트를 태우는 영결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경기 파주 형설출판사 앞에서 불공정계약 규탄 및 '검정고무신' 장례집회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팬아트를 태우는 영결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작가 측 일부 승소 판결을 하자 출판사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족 측도 맞항소에 나서며 4년 만에 결론 났던 저작권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캐릭터 업체 출판사 형설앤 측은 지난달 9일 나온 고(故) 이우영 작가 측 유족과 동생 이우진 만화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에 불복해 같은 달 2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장진혁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 외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 작가와 출판사가 맺은 기존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고 유족 측이 장 대표 측에게 손해배상금으로 740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이 작가 측이 청구한 계약 해지 주장은 받아들여 출판사는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표시한 창작물과 포장지, 포장 용기, 선전광고물 등을 생산, 판매, 반포, 공중수신, 수출, 전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출판사 항소로 다시 한번 저작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10개월의 활동 끝에 지난달 1심 판결과 함께 해산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는 형설앤 측 항소에 김동훈 작가를 새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2기 활동 시작에 나섰다. 대책위 활동이 재개는 피항소인에 이 작가의 지분을 상속받은 막내딸 이모(13)양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동훈 신임 위원장은 뉴시스에 "(형설앤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1심의 모든 판결을 부정했고 특히 이우영 작가의 막내딸에게 약 64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며 "어른들 싸움에서 최소한 미성년자인 자녀는 빠질 수 있도록 법적 조정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를 생략한 이번 항소에 경악하고 분노했다"고 대책위 활동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검정 고무신은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한국 만화다.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가족들이 함께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 작가는 2007년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갈등이 깊어지면서 2019년 출판사 측과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겪어왔다. 출판사 측은 이 작가가 '검정 고무신 관련 모든 창작 활동은 출판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계약서 내용을 어겼다며 2019년 2억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이 작가 측은 출판사에 저작권 일부를 양도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원작자인 자신이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에 제한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작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 작가는 길어지는 저작권 소송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3월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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