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본사 전경. /사진제공=뉴스1
민영화된 공기업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 폐지...외풍 방지→불합리한 제도 인식 전환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 이사회가 지난 7일 폐지한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사장 후보자보다 우선 심사하는 제도'를 신설한 시점은 2022년 초로 알려졌다. 이 시점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이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2021년 이후다. 당시 KT&G 이사회는 이 내용을 외부에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한 KT&G의 공식 입장은 "신임 사장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실제로 한 번도 적용하지 않은 제도가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대 흐름이 바뀌면서 연임 사장에게 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도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을 CEO로 영입한 사례가 많다. 내부 출신 인사가 경영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근거가 약해진 셈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와 행동주의펀드에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KT&G가 뒤늦게 만든 연임 사장 우선 심사제를 결국 포기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백복인 KT&G 사장이 2020년 1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 전자담배 '릴' 글로벌 수출 계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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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KT&G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편은 FCP 요청과 관계 없다는 게 KT&G의 공식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연임 사장 우선 심사권 폐지는 수 개월 전부터 내부적으로 논의했고, FCP 요청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 백복인 사장이 4연임에 도전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백 사장은 아직까지 주변에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사장은 1993년 공채(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 출신으로 지난 2015년 사장에 임명됐고 2018년, 2021년 연임했다. 세 번째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앞서 현직 우선 심사제를 폐지한 KT는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연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에서 적격 후보로 선정됐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하면서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후 사장 공모를 거쳐 지난 8월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신임 KT 사장으로 임명됐다.
한편 KT&G 사장 후보 검증 절차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3단계 순서로 진행한다. 백 사장의 연임 의사는 이달 중순 이후 가동하는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