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회사 ㈜씨앤제이글로벌의 창고에 종이빨대 재고 박스가 쌓여있다. 이 창고에 있는 종이 빨대 재고 수는 600만개에 달한다./사진=민수정 기자
지난 12일 오전 10시30분 충남 아산시의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회사 ㈜씨앤제이글로벌 공장에서 만난 주모 이사는 허탈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주 이사를 따라 들어간 공장은 종이 펄프 냄새로 가득했다. 공장 복도를 따라 큰 박스 5~6개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였다. 모두 팔리지 못한 채 쌓여있는 종이 빨대 재고였다.
지난달 7일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카페에서 종이 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당초 계도기간이 끝난 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으나 최근 이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회사 ㈜씨앤제이글로벌이 생산하는 종이 빨대./사진=민수정 기자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 기업 ㈜누리다온은 지난달 8일 11명의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 공장도 문을 닫은 상태다. 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조금이라도 팔아보려고 다른 업체들과 최근 공동 판매를 시작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 종이 빨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서일은 종이 빨대 생산 라인을 멈추고 직원들을 다른 생산 라인으로 옮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재일 ㈜서일 부회장은 "피해 금액은 4억~5억원이고 매출 규모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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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등 시민·사회 단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피해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종이빨대 등 친환경제품을 바닥에 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주 이사는 "소상공인협회가 주는 기금을 받으려면 2월부터 신청을 받아서 4월에는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기금을 받을 때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2019년에 기술보증기금에서 돈을 빌렸는데 2년을 유예하고 올해 사고업체로 등록됐다"며 "곧 (대출 상환) 만기일자가 다가오는데 환경부가 저리대출 방안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지원과 관련해 논의 중"이라며 "종이 빨대 등 플라스틱 대체품을 사업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친환경 종이 빨대 제조회사 ㈜씨앤제이글로벌 공장과 창고에 1000만개의 종이 빨대 재고가 쌓여있다. 공장에 비치된 종이 빨대 재고 상자./사진=민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