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가 어려우면 눈썹문신부터 합법화" 반영구화장사 단체장의 호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12.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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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우리 국민 약 1700만명이 눈썹문신과 입술·두피문신 등 '반영구화장'과 타투를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반영구화장과 타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법'이다. 시술자와 '손님' 모두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의 협박과 갈취에 시달린다는 종사자들의 하소연도 빗발친다.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영구화장 합법화 촉구'를 외치며 11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 오른 윤일향(53)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은 국회가 낯설지 않다. 지난 5년간 매일 같이 국회를 드나들며 반영구화장를 합법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원들을 설득하고 다녀서다. 급기야 지난해엔 반영구화장 합법화 운동에 매진하기 위해 용인대 미용경영학과 겸임교수직까지 내려놨다. 그가 반영구화장타투SMP합법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으며 반영구화장 합법화에 이렇게까지 절실한 이유는 뭘까.



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Q. 반영구화장은 타투와 어떻게 다른가.
"반영구화장이란 바늘(니들)을 사용해 색소로 눈썹·아이라인 등을 '반영구적'으로 새겨넣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반영구적'이라는 건 영구적이지는 않다는 건데, 바늘·색소가 표피까지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눈썹문신 시술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눈썹문신은 효과가 1~2개월 때 서서히 사라져 짧게는 2개월, 길어도 1~2년 후 없어진다.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세포는 1~2개월마다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고 새 표피세포가 돋아나서다. 반면 타투는 바늘·색소를 진피까지 침투하는 시술이다. 한 번 시술하면 평생 지워지지 않아 '영구적'이다. 반영구화장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지워지지만 간혹 실수로 깊이 들어가도 진피 상부까지에 한하는데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 1~2회로 지울 수 있다. 반면 타투를 지우려면 피부과에서 30회가량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큰 고통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반영구화장의 바늘은 0.08~0.15㎜ 깊이로 표피층 아래, 깊어도 진피층 상부까지만 들어간다. 반면 타투는 1~2㎜ 깊이로 진피층 아래까지 침투한다."

"타투가 어려우면 눈썹문신부터 합법화" 반영구화장사 단체장의 호소
Q. 반영구화장이 불법인데, 시장은 얼마나 형성됐나.
"우리나라에서 매년 시술되는 반영구화장은 650만건에 이른다. 시술 재 경험자와 신규 경험자 모두 늘면서 국내 반영구화장 시장만 2조~3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선 반영구화장이 세미 퍼머넌트 메이크업(semi-permanent makeup)으로, 일본에선 아트 메이크업(art makeup)으로 불린다. 해외의 경우 반영구화장을 아티스트 수준으로 높게 평가하고 유망 직업으로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선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이 불법인데도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다. 반영구화장 시술자만 55만명, 타투 시술자만 5만명에 가깝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반영구화장을 반영구화장 전문숍(44.3%)에서 가장 많이 받았으며 미용실(26.1%), 병·의원(13.1%), 오피스텔(10.9%)에서나 출장 서비스(5.4%)로도 받았다."



Q. 불법인데 전문숍과 미용실에서 시술할 수 있나.
"합법적으로 할 수 없기에 대놓고 하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숍에선 간판을 내걸고는 하지만 형사처벌을 감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인스타그램 같은 미국 SNS 계정을 통해 반영구화장·타투 숍을 홍보하는 곳이 많은데, 미국은 반영구화장·타투가 불법이 아니어서 국내법 제재를 받지 않는다. 미용실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할 때 '반영구화장' 업종 코드가 따로 있다. 미용실을 개업할 때 반영구화장업을 하겠다고 등록할 수 있게 돼 있는데도 세금을 내면서 동시에 '비의료인이 반영구화장을 한다'며 신고당하면 벌금형·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에 따르면 반영구화장을 영리 목적으로 할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Q. 실제로 형사처벌 받는 사례가 있나.
"많아도 너무 많다.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 회원 여러 명에게서 '손님한테 신고당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문의가 매일 같이 빗발친다. 신고의 이유는 비의료인이 불법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반영구화장)를 했다는 것이지만, 시술받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원상복구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반영구화장에 대한 최초 처벌은 1992년 5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의료법은 반영구화장 처벌에 대한 규정은 없었지만, 대법원이 해석을 통해 반영구화장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영구화장 종사자는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두피 문신을 받고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레이저 제거술 비용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까지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다. 시술자 상당수가 20~30대 청년 세대다. 이들을 포함해 신고당한 시술자들이 자살을 기도하거나 실제로 자살한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Q. 최근 법원에서 새로운 판결이 나왔는데.
"다행히 얼마 전 반영구화장이 불법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는데, 30년 만의 희소식이다. 충북 청주의 한 미용학원에서 2014년부터 5년간 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 등의 반영구 화장 시술을 제공한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의 반영구 화장 시술 행위가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반영구 화장 시술은 질병 치료나 건강 유지와 같은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달리 개성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뤄지는 시술'이라며 '위험 정도와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반영구 화장 시술은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시술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반영구화장 시술이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 형,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원 등을 선고받은 청년들이 울면서 나를 찾아왔다. 이들과 인천서부지법 및 청주지법 등 법원을 돌며 항소했고,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이렇게 형량을 줄일 때 반영구화장타투SMP합법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 청년들이 하루빨리 제도권 안에서 당당한 직업인이자 아티스트로 일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Q. 의료계의 반대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다.
"그렇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줄곧 반영구화장과 타투 모두 비의료인의 침습 행위로 규정해 그간 강하게 반대해왔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도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의료계는 문신에 따른 피부 감염과 각종 질환 감염 위험, 문신 염료에 포함된 중금속 물질, 문신 제거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문신 합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위험성의 대부분은 반영구화장이 아닌 '타투'에 해당한다. 오히려 반영구화장이 합법화하면 피부과를 비롯한 병·의원에서 종사자를 채용하고 시술 후 부작용이 발생하면 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4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의료계 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대한의사협회가 '반영구화장의 합법화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제는 의사들도 반영구화장의 합법화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일향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Q. 합법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
"현재 발의된 반영구화장 및 타투에 관한 법률안이 11개다. 이들 법안에 대해 지난 9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복지부에 "이해당사자 간 미세한 조율이 필요해, 다음 법안 소위까지 복지부에 당사자 간 합의한 법안(통합안)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3개월이 다 돼가도록 복지부에서 아직 통합안을 만들지 않았다. 합법화가 지체된 가장 큰 이유다. 우리 국민 1700만명이 반영구화장을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영구화장 종사자는 55만명가량인데 타투 종사자는 최대 5만 명이다. 규모로 봐도 반영구화장 시장이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반영구화장은 표피까지만 침습하므로 타투보다 안전성 우려가 덜하다. 물론 반영구화장과 타투, 둘 다 합법화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타투의 안전성 우려로 사회적 합의가 지체된다면 반영구화장부터 합법화하는 게 맞다. 음지 속 반영구화장 종사자 55만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윤일향 회장은…
분장사로서 1999~2022년 대형 뮤지컬 분장, 특수분장을 전문으로 해왔다. 용인대 경영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난해까지 용인대 미용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수년간 재직했다. 현재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 회장을 비롯해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스포츠예술부 전임교수, 서울시 뷰티산업육성위원회 위원, 성동구 민관협치부의장, 사단법인 시니어패션모델협회 이사장, 한국네일박람회 조직위원장, 반영구화장타투SMP합법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연극인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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