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투자였다" 지분 반토막 난 이오플로우 창업자의 후회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12.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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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0억원 주담대 상환, 최대주주 지분율 9%대로
"장기적 추가자금 확보 필요", "투자자 새 자금조달 관심 多"

"지난해 10월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이오플로우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돌이켜보면 그 때 자신감이 자만감이었고, 너무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생각을 한다."

"무리한 투자였다" 지분 반토막 난 이오플로우 창업자의 후회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11일 오전 주주 대상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때 상황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결정했을 것"이라고 덧붙인 뒤 "주가 바닥을 다지고 상승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슐렛과 소송전 이후 악재…인수 무산, 주담대 상환
김 대표는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상환 요청을 받았다. 이후 이오플로우 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16일, 이 가운데 절반인 100억원을 먼저 상환하기 위해 보유하던 이오플로우 주식 66만4097주를 장내 매도(반대매매)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김 대표의 남은 대출 100억원에 대해서는 담보권 실행을 이달 15일로 유예해줬다. 하지만 이 기간 김 대표가 100억원을 직접 마련하거나, 백기사 혹은 대환 대출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그의 주식 200만주가 추가 처분됐다. 김 대표의 이오플로우 지분율은 지난 9월 말 18.54%(564만680주)에서 9.79%(297만6583주)로 반토막났다. 김 대표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월 말 2%도 안 됐다는 점에서 창업자인 김 대표의 지배력이 크게 악화됐다.

이오플로우 (4,370원 ▲325 +8.03%) 경쟁사인 미국 인슐렛과의 소송전 여파다. 인슐렛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기(제품명 옴니팟)를 출시한 회사로, 지난 8월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을 제기했다. 이오플로우는 해당 시장에서 두 번째로 제품(제품명 이오패치)을 상용화한 회사다. 인슐렛은 해당 소송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미국 법원에서는 지난 10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이오플로우에 굵직한 악재가 잇따랐다. 거래 정지를 겪었고(현재는 거래 재개), 제품 일부의 판매가 중단됐으며, 미국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으로의 인수 절차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 끝내 무산됐다. 2만원 중반대에 머물던 이오플로우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해 5000원대로 내려앉았다.



김 대표는 "브레크업 피(위약금 ) 여부, 딜이 깨진 사유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메드트로닉과 비밀 유지 계약을 맺었다"며 "시각 차이로 깨진 건 맞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메드트로닉도 이오플로우 상황을 주시하기로 했다. 메드트로닉 당뇨사업부에 문의해도 같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그 동안 메드트로닉에 많은 자료를 공유하면서 세세한 부분에 대해 검토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가 알기로는 메드트로닉이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만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이 담긴 자료들도 계약이 종료됐으므로 돌려받거나 폐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새 자금조달 가능성 전해
인슐렛과의 소송전 관련해선 거듭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대표는 "이오플로우가 자체 개발했다는 히스토리가 많다. 인슐렛도 영워닝레터, 제품 분해 등 영업기밀이 침해됐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해야하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최악이더라도 회사가 마지막이 되는 경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동안 예고해온 추가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지금 말할 수는 없지만 플랜 B, C, D 등 다른 대안을 많이 마련했고 일부는 진행 중"이라면서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는데 연방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빠른 속도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11일 오전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화면 캡처11일 오전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화면 캡처
추가 자금조달 계획도 전했다. 지난달 이오플로우는 CB(전환사채) 325억원 어치를 만기 전 취득했다. 9월 말 이오플로우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 합산액은 482억원이다. 아직 여유는 있지만 자금 여력이 크게 줄었다. 이날 주주들도 김 대표에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을 재차 물었다. 김 대표는 "자금 관련해선 현재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확보를 해야하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 주가가 워낙 낮아서 새로운 자금 조달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융자 등을 확보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실사를 진행했던 사우디 아라비아 측의 투자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메드트로닉 계약이 성사되면서 종료됐다"며 "다시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진행되는 게 없다"고 했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유럽, 중국, 중동 등 사업도 협력사와 우호적인 파트너십 아래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란 전언이다. 김 대표는 "중국의 경우, 회사(조인트벤처 사이노플로우) 론칭은 가처분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품목허가 신청도 낼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에서 메드트로닉 피인수 계약 해지 자체는 종지부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업설명회는 38분가량 진행됐다. 김 대표는 "그 동안 메드트로닉과의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소통에 제약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주주들과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주주들도 기업설명회 내내 질문을 쏟아냈다. 당초 이오플로우가 예고했던 시간 30분보다는 8분 넘겼지만, 주주들의 질문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이날 질의응답에는 15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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