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할인 늘려도…전기차 시장 '후진'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2.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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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11월 신규등록 2.5만대…전년대비 11% '뚝'
내년 현대기아 보급형 출시 잇따라 업황개선 기대감

보조금·할인 늘려도…전기차 시장 '후진'


국내 전기차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각종 할인과 보조금 확대 등 가격 인하책에도 판매량이 내려앉았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11월 전기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54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766대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환경부가 지난 9월 25일부터 연말까지 5700만원 미만의 전기 승용차를 대상으로 국비 보조금 100만원을 확대하고, 완성차업계도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지만 지난 두 달간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600만원을 할인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각각 1723대, 6138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3%, 84.2% 감소했다. G80(-64.6%)·GV60(-76.3%)·GV70(-61.1%) 등 할인율이 5~10%에 달했던 제네시스의 전기차도 판매량이 급감했다. 기아의 EV6는 420만원을 할인했지만, 판매량은 51.9% 줄어든 1096대를 기록했다. 700만원을 깎아 준 니로EV는 26.4% 줄어든 368대에 그쳤다. 대대적인 할인에도 전체 판매량이 줄면서 올해 국내 시장 전기차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만4858대로, 전년(11만6419대)보다 9.9% 감소했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이례적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45.1% 늘어난 163만808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상반기 기준 49%, 올해 통틀어 34%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성장폭이 둔화한 모습이었지만 플러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9월부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29.2% 급감한 1만4183대에 그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금리와 경기 악화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기차 판매량 자체가 축소되는 모양새다. 국내로 수입되는 전기차 역시 8월만 해도 전년 동월과 비교해 플러스 성장을 보였지만 9월(-17%)·10월(-51.4%)·11월(-8.7%) 모두 판매량이 줄었다. 판매 부진에 각 수입차업체는 최대 4000만원을 깎는 등 할인폭을 키우고 있다. 올해 누적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상반기 확보한 물량 덕분에 전년보다 9% 증가한 2만3251대다.

연말까지 지난해 판매량을 뛰어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16만4482대)보다 많이 팔려면 12월 한 달 판매량이 6만대는 달성해야 한다. 이는 올해 판매한 전기차의 약 56%에 해당한다. 특히 정부의 보조금 확대, 완성차업계의 자체 할인도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릴 다른 수단도 마땅찮다.

다만 기아 EV3·EV4,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 등 2000~3000만원대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가 잇달아 출시되는 내년에는 업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도 저렴한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가 비교적 선방했다. 기아 최초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EV는 사전예약 약 6000대가 몰리면서 판매 목표(4000대)를 50% 초과 달성했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출시 한 달 만에 1667대를 출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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