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의 급락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도 충격을 안겼다. 영풍제지가 이상한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에도 증거금률 40%를 유지했던 키움증권 (122,800원 ▼3,200 -2.54%)이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해 수천억대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개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던 쏠쏠한 미수·신용거래가 위험상품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라덕연·영풍제지 사태에 화들짝…상장사 절반이 신용융자 불가](https://thumb.mt.co.kr/06/2023/12/2023121016093915856_2.jpg/dims/optimize/)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예탁된 주식, 채권, 수익증권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고객에게 주식매수자금을 90일 빌려주는 것으로 일정 횟수 안에서 대출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빌린 돈에 대한 담보(주식) 평가 금액의 비율이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강제 청산, 즉 반대매매에 나선다. 미수는 일정 증거금을 내고 외상으로 사는 초단기 외상 주식거래다. 2일 뒤인 결제일까지 갚지 못하면 하한가에 반대매매된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가이드라인 삼아 자체적으로 신용거래 불가 종목을 선정한다. 종목별 재무 현황, 가격 변동성, 유동성, 신용융자 비중, 기타 시장정보 등을 살펴 신용거래 여부 및 신용거래 기준(신용융자한도, 기간, 이자율, 신용거래보증금률, 담보유지비율 등)을 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별 차이는 있지만 신용융자 금리는 대개 5~8%(1~7일 기준)에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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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사태로 키움증권이 수천억대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증권사들의 경각심이 커지면서 신용불가종목을 대폭 늘린 것이다. 많은 증권사들이 영풍제지를 신용융자 불가종목으로 지정했는데, 키움증권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주가조작 사범들의 레버리지 창구로 사용돼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결국 영풍제지 미수금 총 4943억원 중 610억원을 회수하는데 그쳤다.
![/사진=임종철](https://thumb.mt.co.kr/06/2023/12/2023121016093915856_1.jpg/dims/optimize/)
증권사들이 리스크 강화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일시에 신용거래가 옥죄여지면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주가는 출렁일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증권사 신용융자 불가종목으로 지정되면, 신용대출 연장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만기 전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한다. 그러나 신용거래를 하는 투자자는 보유 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 주식 처분 없이는 대출을 갚기가 어렵다.
이에 신용거래가 끊긴다는 소문이 돌면 주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선(先)매도에 나서면서 해당 종목 주가가 급락하고, 증권사의 반대매매도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기업이라면 낮아진 담보 가치로 대주주 물량까지 시장에 출회, 주가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 시스템이나 증시 건전성을 위해 리스크 관리 강화에 힘쓰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부장은 "신용융자 불가종목에 지정된다고 주가가 다 빠지진 않고, 하락하는 종목은 이유가 있다"며 "오히려 그런 종목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비율을 줄여야 더 큰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시장 전체적으로도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