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얕보면 폐렴·패혈증 온다" 한 면역전문가의 경고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12.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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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재열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

독감(인플루엔자),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이례적으로 연중 유행하고 있다. 12세 이하 어린이를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도 확산하고 있어 호흡기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할 때다. 지난달부터는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린다. 미세먼지에 우리 몸이 장기간 노출되면 기관지에 염증세포가 많아지고 염증매개물질이 분비되면서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호흡기 건강 관리가 중요한 요즘, 일상에서의 면역력 관리가 중요해진 이유다. 분자면역학 전문가이자 고려인삼학회 부회장인 조재열(56)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일상에서의 면역력 관리, 특히 홍삼과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에게서 면역력의 중요성, 그리고 올겨울 면역력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들었다.

조재열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 조재열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


Q. 감기·독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되는 이유는.
"감기는 코와 부비동(코 옆 공간), 인후 내막에서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인한 인후통·재채기·콧물·기침 등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독감(인플루엔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하나가 폐·기도를 감염시키는 질환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우리 몸의 1차 방어선인 기도 점막의 대식세포가 고갈돼 2차 감염이 쉽게 일어나면서 바이러스 자체가 폐 안으로 퍼지고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일부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들은 약화한 면역체계로 인해 폐렴구균, 포도상구균 등 박테리아에 감염돼 박테리아성 폐렴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기침이 심해지거나 호흡 곤란, 발열, 가래·피·고름이 섞여 나오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나중에 폐렴이 패혈증으로 진행하면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Q. 요즘 폐렴도 확산세다. 폐렴의 위험성과 예방법은.
"폐렴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3대 사망 원인에 꼽히는 데도 그 심각성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폐렴의 증상은 발열·오한·기침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으로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이 나거나 가래가 생기고, 폐를 둘러싸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 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찬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폐렴이 패혈증 같은 중증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어 위험하다. 세균성 폐렴의 경우 경험적인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고 원인 미생물이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항생제를 선택해 치료한다. 독감처럼 바이러스성의 폐렴은 증상 초기에는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지만 수일이 지나면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게 된다. 특히 호흡기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외에도 메르스·코로나19 등 다양한데 모두 RNA 한 가닥을 갖고 있어 핵산 복제 시에 변이체가 잘 생성된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매우 다양해 근본적인 예방·치료가 힘들다. 평상시 면역력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독감 얕보면 폐렴·패혈증 온다" 한 면역전문가의 경고
Q.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있나.
"그렇다. 면역력이란,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바이러스 등 유해 물질에 대항하는 인체 방어시스템이다. 유해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가장 먼저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활동량에도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피로도가 쌓이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혓바늘과 같은 구강 내 염증성 질환을 나타내거나 잠복 상태에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해 대상포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Q. 홍삼과 면역시스템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는데 홍삼과 면역은 어떤 관계가 있나.
"홍삼은 선천성 면역체계와 후천성 면역체계 모두에 도움을 준다. 홍삼은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해 세포 안으로 활성 신호를 보낸다. 이를 통해 활성화한 대식세포가 침투한 바이러스나 세균·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고, 면역조절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외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킨다. 또 선천성 면역체계와 후천성 면역체계의 가교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를 활성화하며, 강력한 면역세포인 자연 살해 세포(NK세포)의 활성을 높인다. 후천적 면역 기능은 가슴 흉선에 존재하는 'T세포'가 매개한다. 항체 생성을 증가시켜 세포 매개 면역을 활성화해 유해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효율적으로 막도록 돕는다. 또 암과 관련한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조절해 항암효과를 높여준다.

홍삼의 사포닌은 주로 항염증 작용을 하고, 홍삼다당체는 면역증강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홍삼다당체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NF-κB, AP-1, STAT-1, ATF-2, 및 CREB 등 면역단백질의 핵 내 이동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및 각종 바이러스, 세균을 사멸하는 인자(산화질소, 활성산소 및 종양괴사인자 등)가 활발히 분비돼 면역력을 강화한다. 이때 대식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RGS2 단백질 조절로 인한 TLR2 활성화와 PI3K 단백질 조절로 인한 ERK 및 JNK 단백질인자의 활성화를 통해 전사인자의 핵 내 이동에 대한 신호가 전달돼 면역단백질의 활성을 유도한다."

홍삼 다당체 성분이 면역 개선에 미치는 신호전달체계. / 그림제공=조재열 교수 홍삼 다당체 성분이 면역 개선에 미치는 신호전달체계. / 그림제공=조재열 교수
Q. 홍삼이 호흡기 건강을 돕는다는 게 연구에서 입증됐나.
"물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면역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홍삼, 인삼, 상황버섯 추출물 등 20여 종이다. 특히 홍삼은 인플루엔자,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바이러스와 폐렴구균에 대한 면역 관련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성균관대 약대 이동권 교수팀은 폐렴구균에 감염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홍삼과 생리식염수를 각각 매일 100㎎/㎏ 투여하고 15일간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생리식염수만 먹인 쥐 그룹은 50%만 생존했지만 홍삼을 먹인 쥐 그룹은 100% 생존했다. 또, 홍삼이 대조군에 비해 TNF-α, IL-1β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nitric oxide(NO) 수치와 폐렴구균 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립대 강상무 교수팀은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에 감염됐을 때 홍삼을 투여하면 세포 생존율을 증가시키고, 바이러스 복제를 제한하며, 폐로 전이되는 다수의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조절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낸다는 점을 밝혔다. 연구팀은 호흡기 융합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군,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감염 하루 전에 예방적으로 홍삼을 투여시킨 군으로 나누고,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세포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예방적으로 홍삼을 투여한군이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만 감염시킨 군보다 바이러스 수(viral titer)가 약 45% 적었다가 기관지폐포세척액의 면역세포 CD8+ T세포는 9.24배, CD4 T세포는 약 9.5배 증가했다. 홍삼이 호흡기 질환 예방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최근엔 대전대 전통의학생명과학연구소 김승형 연구팀이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 예방에 홍삼이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미세먼지에 노출해 기관지와 폐세포 염증을 유발한 뒤 홍삼을 12일 동안 격일로 홍삼을 섭취시킨 후 혈액, 기관지폐포세척액, 폐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홍삼섭취군에서 호중구 총 세포 수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감소하였고, 폐 조직 염증 및 기침 관련 유전자 발현이 억제돼 호흡기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Q. 백신 접종 때 홍삼을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까.
"백신 접종과 홍삼 섭취를 병용할 때 백신의 효능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성균관대 약대 이동권 교수팀은 실험용 쥐에 홍삼(100㎎/㎏)을 15일간 섭취하게 하면서 폐렴백신(Δpep27)을 투여한 다음 7일 후 폐렴구균 균주를 감염시켰다. 그랬더니 폐렴백신만 접종한 경우보다 홍삼을 투여한 후 백신을 접종했을 때 항체생성율이 약 25% 더 증가했다. 생존율도 비교한 결과 백신만 처리한 경우 30%가 살아남았지만, 홍삼과 백신을 모두 투여한 경우 생존율은 80%로 뛰었다. 이는 홍삼이 폐렴구균으로 인해 활성산소(ROS)기 생성되는 것을 억제해 세포사멸을 막고 염증을 줄여 백신 효능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홍삼은 대식세포에 의한 식균 작용을 촉진하고 폐렴구균 집락형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의대 강상무 교수팀은 실험 쥐에 홍삼을 투여 후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을 때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홍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40%, 백신만 접종한 경우는 60% 생존하지만, 백신과 홍삼 투여를 병행한 경우에는 생존율이 100%로 증가함을 보고했다. 또한 홍삼이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상피세포의 생존율을 증가시키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은 억제하는 것을 밝혔다."

"독감 얕보면 폐렴·패혈증 온다" 한 면역전문가의 경고
Q. 이번 겨울,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독감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성하기까지 2주 정도 필요하다. 아직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분은 꼭 예방접종을 하기 바란다. 특히,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쉬운 어린이나 어르신의 경우 더 적극적으로 예방접종 할 것을 권한다. 아침 공복에 따뜻한 물 한 컵을 마시면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진대사율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 또 족욕·반신욕은 원활한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고, 체온을 1~2도 높일 수 있어서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 된다. 제자리뛰기나 계단 오르기 등 중강도의 운동을 하루 30분 실시하면 혈액순환을 개선하면서 전신 근력 운동으로 면역력 강화에 좋다. 매일 30분씩 가볍게 걸으면서 햇빛을 쐬면 비타민D를 합성하고 면역력을 증진할 수 있다. 인삼·홍삼 같은 면역력에 좋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 된다."

☞조재열 교수는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유전공학과에서 유전공학(학사)과 생화학(석사)를, 영국 런던대 의대 면역 및 병리학과에서 면역학(박사)을 전공했다. 워싱턴대 의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워싱턴대 의대 병리학과, 강원대 생물소재공학과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전 학과장)에서 교수로 몸담고 있다. 고려인삼학회 부회장이자 한국응용약물학회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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