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누가 지켜요?"…지구대 한 곳 몰려 100여명 바글바글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민수정 기자, 김온유 기자 2023.12.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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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서울시 신림역, 성남시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 당국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총기와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8.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서울시 신림역, 성남시 서현역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경찰 당국이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한 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밝히고, 총기와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8.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후속대책으로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인 가운데 심야 시간 문을 닫는 파출소로 인해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 시범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현장 경찰 사이에서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9월 전국 12개 경찰서에서 지구대·파출소를 통합해 운영하는 중심지역관서 제도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묻지마 흉기난동' 등 이상 동기 범죄가 연달아 일어나자 순찰 인력을 늘려 강력 범죄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서울 지역에서는 마포·광진·중랑경찰서 산하 지구대와 파출소 2~3곳을 묶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이 중심지역관서로 지정돼 치안 수요가 적은 인근 관서의 인력을 관리한다.

가령 중랑서의 경우 용마지구대가 중심지역관서로 지정돼 면목삼팔파출소와 면목본동파출소의 인력을 흡수해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면목삼팔파출소와 면목본동파출소에는 2~3명의 인력만 상주하고 나머지 인력은 용마지구대로 흡수돼 순찰을 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파출소 문을 닫는다. 대신 용마지구대에 모인 인력들이 도보 순찰을 하거나 순찰차로 순찰한다. 8일 오전 6시30분쯤 면목삼팔파출소 내부 불은 켜져 있었지만 출입문 앞에는 '지금 순찰 중이니 용무가 있으신 분은 아래 번호로 연락 달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중심지역관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치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중곡4파출소 인근에는 주민들이 "중곡4파출소 기존대로 유지하라" "중곡 1·2·3·4 파출소 통합 폐지 절대 반대"라는 플랜카드를 만들어 골목에 설치하기도 했다./사진=오석진 기자 중심지역관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치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중곡4파출소 인근에는 주민들이 "중곡4파출소 기존대로 유지하라" "중곡 1·2·3·4 파출소 통합 폐지 절대 반대"라는 플랜카드를 만들어 골목에 설치하기도 했다./사진=오석진 기자
이에 따라 중심지역관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치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중곡4파출소 인근에는 주민들이 "중곡4파출소 기존대로 유지하라" "중곡 1·2·3·4 파출소 통합 폐지 절대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골목에 설치하기도 했다.

파출소에 방문하는 주민들이 닫힌 문에 헛걸음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범 운영 지역 소속 A경찰관은 "주간에는 몇 명이 상주해 있지만 야간의 경우 직원들이 없어 파출소에 분실물 습득이나 다른 문제로 오는 분들이 헛걸음해 불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이 좁은 시설에 한 곳으로 대거 몰리는 일이 발생해 현장 경찰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범 운영 지역에서 일하는 B경찰관은 "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100여명 넘게 수용해야 하다 보니 쉬는 공간이나 업무 공간 등이 모자란다"며 "시범 운영이라고 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에 시설부터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총기의 경우 중심지역관서에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소속된 파출소에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C경찰관은 "순찰 교대도 해야 하고 총기 반납을 위해 왔다 갔다 해야 해 쉽지 않다"며 "원래 중심지역관서에서 사건이 많으면 인근에서 지원을 나갔었는데 굳이 제도로 묶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팀원 숫자가 많아져 교류가 줄어들면서 소속감 저하 문제도 발생한다. D 경찰관은 "원소속일 경우에는 팀장과 팀원들 사이 애정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관할 구분 없이 중심지역관서에서 순찰을 하니 관할이 사라져 소속감이 줄어들었다"며 "인원이 없으면 모르는 동료들과 순찰차를 같이 타기도 해 다른 회사 사람과 일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임기응변식 대처가 아닌 장기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치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동기범죄의 증가로 인해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즉흥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파생될 문제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단기간이 아닌 중장기적인 치안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중심지역관서 제도와 관련, 경찰청은 제도 시행을 통해 오히려 순찰 기능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상동기범죄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낮추려 자구책으로 도입했고 이전보다 순찰 기능을 더 강화했다"며 "시민들에 대한 설득 부족 문제와 현장의 목소리도 종합해 제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 확대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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