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에도 유가는 '뚝'…상승 베팅한 ETF·ETN 개미들 눈물만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1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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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유가, 5개월 만에 70달러 밑으로 '뚝'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감산에도 유가는 '뚝'…상승 베팅한 ETF·ETN 개미들 눈물만


국제유가가 하락한다.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연장됐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당분간 유가의 급격한 반등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눈물은 머금는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04달러 하락한 배럴당 69.3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0.25달러 하락한 배럴당 74.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3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WTI는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 플러스)가 자발적으로 하루 1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발표했지만 오히려 유가는 떨어졌다.



감산 효과가 실질적으로 원유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지 의구심이 들면서다. 그간 재정 균형 유가를 맞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는 감산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다른 OPEC+ 국가들이 감산에 불참하면서 감산 기조에 불확실성이 생겼다.

아울러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가 감산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KB증권, LSEG 등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1300만배럴을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의 원유 수출량도 늘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원유 수출량이 일간 590만배럴에 달하는 등 최근 들어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미국의 원유가 유럽과 아시아로 나오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 기후 현상인 엘니뇨로 인해 온화한 겨울이 계속되면 원유의 난방 수요가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구매 제한, 달러 강세 등 역시 수요를 제한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가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수 있겠으나 원유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증권상품들의 수익률은 바닥을 찍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H) (14,820원 ▲90 +0.61%) ETF(상장지수펀드)는 최근 1달간(11월8일~12월8일) 8.26% 하락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 (4,400원 ▲25 +0.57%) ETF(-8.09%) 역시 같은 기간 하락했다.

원유 선물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의 수익률은 더 안 좋았다.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13,600원 ▲175 +1.30%)은 같은 기간 24.52% 하락했다. 이외에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 (13,550원 ▲170 +1.27%)(-23.29%),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1,429원 ▲24 +1.71%)(-22.92%),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7,915원 ▲105 +1.34%)(-21.43%) 등도 하락폭이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의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할 순 있겠으나 지난해처럼 100달러를 돌파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내년에도 유가는 배럴당 70~100달러 구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나 1분기까진 난방 수요 불확실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예상을 벗어난 혹한이 발생해 난방 수요가 급증하거나 석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가는 배럴당 70~85달러 범위에서 장기 하방경직성을 거듭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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