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초읽기'...하림 우세 관측 속 무산 가능성도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12.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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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입찰가, 동원 자금조달 강점...유보금 활용, 영구채 처리 등 난제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에 HMM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가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최종 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본입찰 마감 이후 1~2주 이내에 확정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발표 시점이 지연되는 분위기다.

막판 조율 진통?...HMM 우선협상 대상자 발표 지연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MM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 최종 결정을 앞두고 해진공 등 관계자들과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다만 산은은 공식 발표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선 발표 시점이 다음주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좀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하림그룹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하림그룹이 인수 대금의 절반 이상을 재무적투자자(FI)에 의존해 동원그룹보다 자금조달 구조가 취약하고, 과거 팬오션 인수 이후 거둬들인 이익을 다른 계열사 지원에 활용한 전례가 있어 해운 업계를 설득해야 하는 해진공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앞서 HMM 노조는 "사내 유보금 10조원을 HMM이 해운업에 쓸 수 있는 조건을 달아 달라"고 요청했다. 산은은 HMM 인수 기업의 '곳간 빼먹기' 지적을 고려해 HMM 인수 후 3년간 총배당액을 1조5000억원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한 기업이 HMM의 유보금을 배당이 아닌 합병 등의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해운 업계의 우려가 크고, 이번 매각 대상 주식과 별개로 내후년까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기간이 도래하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처리 방안도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HMM 인수전이 무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책 금융 역할을 위해 자본 안정성이 중요한 산은 입장에선 HMM 지분 매각을 장기간 미룰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 주가가 1000원 하락하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은 0.07%포인트 하락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HMM 인수 시 하림 12위, 동원 15위로 재계 순위 급상승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2015년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그룹은 기존 축산업과 식품 사업 위주에서 곡물 유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이익을 거뒀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을 품을 경우 팬오션과 사업 영업이 겹치지 않고, 물류 분야 매출 비중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를 중심으로 이번 인수전에 나선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통해 육상 물류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지분 100%를 보유한 동원 부산항만 터미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해운 운임가격 하락 등 불황 국면에도 대응할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HMM 인수전 결과에 따라 재계 순위도 요동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MM의 자산총액은 25조7889억원으로 재계 순위 19위다. 하림은 자산총액 17조원, 동원은 8조9500억원으로 각각 27위, 5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자산총액이 42조원을 넘어 13위인 CJ그룹(40조6970억원)보다 많아진다. 동원이 HMM을 인수하면 카카오(34조2070억원)보다 자산총액이 많아져 재계 순위가 단숨에 15위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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