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행동패턴이 남들과 달라요"…이런 행동 보이면 '성도착증'

[정심교의 내몸읽기]

남몰래 성관계 때 불법 촬영, 길에서 맨몸으로 코트를 젖히는 '바바리맨', 여성의 속옷을 도둑질한 남성, 어린이에게 몹쓸 짓을 하는 남성…

최근 유명인의 성범죄 의혹 보도를 비롯해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으로 인한 범죄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이와 함께 자주 오르내리는 용어가 '성도착증'이다. 과연 성도착증의 진단 기준은 뭘까.

성도착증(paraphilia)은 일반적인 성적 행동과는 다른 성적 흥분이나 성적 욕망 패턴을 가리키는 심리적 장애를 의미한다.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성적 행동 패턴에서 크게 벗어난 성행위 등 성적 행동을 추구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준호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정상적인 성행위는 상호 간 동의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비파괴적인 성적 상호작용"이라며 "이 기준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성에 몰두하는 것을 성도착증이라 진단한다"고 말했다.

단, 사적인 성적 기호를 모두 성도착증이라고 분류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이용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것을 선호하거나,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또는 고통을 강요하는 것, 어린이와 같이 '동의하지 않는' 성적 파트너를 성적 활동에 관련시키는 경우에 성도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성도착증 환자들에게서는 성숙한 성적 관계를 갖지 못한다. 이들은 상대로부터 거부당할지 모르는 성관계를 몹시 두려워하거나, 자존감이 낮고 부적절한 자아 개념을 가진 경우도 있다.

성도착증의 유형은 다양한데, 흔한 유형 중 하나가 '여성 물건애'다. 속옷·하이힐 등 여성의 물건을 모아서 보거나 자기 몸에 문지르면서 성적 쾌감을 느낀다. 이성의 옷을 입어 성적 쾌감을 얻는 ' 의상 도착증'도 해당한다. 일명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노출증' 유형은 원치 않는 타인에게 자기 신체 일부를 보일 때 성적 쾌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성행위나 성기·신체를 몰래 관찰할 때 성적 쾌감을 느끼는 관음증 유형도 있다.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고통을 줄 때(가학증), 반대로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고통(피학증)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기도 한다. 비정상적으로 타인에게 접촉해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문질러 성적 쾌감을 얻는 유형은 접촉 도착증 또는 마찰도착증이라 분류한다.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와의 성적 접촉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소아기호증', 동의하지 않는 타인과 이뤄지는 성교(강간)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성도착증 유형에는 페티쉬리즘(물건에 대한 성적 흥분), 성매매, 동성애에 대한 과도한 욕망, 전신 지배와 종교적 물건에 대한 성적 흥분, 성적 손상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동물 기호증, 전화·컴퓨터 외설증, 시간증 등과 같은 다양한 성도착증의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관음증 유형의 성도착증 환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수줍음을 잘 느끼고, 노출증 남성의 유형은 자신의 남성성을 입증하려 하는 경향이 짙다. 또 가학 음란증 환자는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려 하며, 피학 음란증 환자는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고통을 당하려 한다.



성도착증 환자는 비정상적인 성적 패턴이나 흥분이 보통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일반적인 성적 행동 패턴에서 벗어난 것으로, 종종 수년 동안 계속되거나, 삶의 여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최 교수는 "겉으로 보기엔 순수하고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 성도착증 환자일 수 있을 정도로 성도착증 환자는 겉으로 구분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성도착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경과학적으로 성적 흥분이 중추신경계로 인해 통제된다는 근거 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장애와 성도착증이 관련된다는 증거도 있다.

성도착증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된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심리적인 특성, 유전적인 요인, 생물학적인 변화, 과거의 경험 등이 성도착증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준호 교수는 "실제로도 평소 자신의 성 행동 패턴이 남들과 달라 고민하러 오는 이들이 꽤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이런 상담을 해봤을 것"이라며 "남들과 다른 성적 행동 패턴을 상대방 동의 없이 시도하려 했거나, 어린이를 보고 성적 쾌감을 얻는 등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성도착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성도착증이 생길 때의 과거로 돌아가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예컨대 특정 사물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경우 최초로 흥분했을 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최 교수는 "당시 흥분의 원인이 우울증으로 확인됐다면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찾았다면 성도착증을 치료하기 위해 원인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정신분석 치료에는 개인 심리 치료, 집단 치료 등을 시행한다. 행동 치료에는 자극포만 치료, 내면적 민감화 기법, 수기 혐오 치료 등이 있다. 인지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성도착증의 원인에 따라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를 포함하는 약물 치료도 고려된다. 최 교수는 "성도착증이 의심되거나 성도착증으로 진단받았는데 방치했다간 일부에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내가 성도착증으로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적극적으로 상담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