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등번호에 애정 없는데..." 17번 비운 LAD 행보, 설레발인가 승부수인가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3.12.0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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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에게 다저스 유니폼을 입힌 합성 사진. /사진=디 애슬레틱 SNS오타니 쇼헤이에게 다저스 유니폼을 입힌 합성 사진. /사진=디 애슬레틱 SNS


LA다저스의 무키 베츠(왼쪽)과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LA다저스의 무키 베츠(왼쪽)과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설레발일까 혹은 승부수일까. 최근 LA 다저스와 FA 계약을 체결한 조 켈리(35)가 자신의 등번호를 양보할 것을 부탁받았다. 그의 등번호는 17번으로 오타니 쇼헤이(29)의 것과 동일하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8일(한국시간)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17번을 달았지만, 그가 그 번호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는지는 불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등번호 17번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는 오타니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입단한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함께 하면서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다시 썼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만장일치 MVP(2021년, 2023년)를 수상했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유니콘"이라 불리며 동경의 대상이 됐다.

LA 다저스는 오타니가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함께한 등번호에 의미를 둘 것으로 내다본 듯하다. 앞서 또 다른 매체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다저스가 베테랑 불펜 투수 켈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타니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며 "켈리는 다저스 관계자에게 오타니와 등번호를 바꾸게 돼 영광이라고 알렸다. 등번호 변경 요청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통 대형 선수가 이적하면 그 등번호를 다른 누군가가 양보하는 일이 있기에 다저스가 오타니와 계약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본 것이다. 이어진 익명의 단장과 인터뷰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이팅게일 기자에 따르면 어떤 단장은 "다저스가 오타니와 계약한다고 진정으로 믿지 않는 한, 다른 선수에게 등번호 변경을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에 있어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타니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가 여러 구단에게 협상 과정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지난 6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며칠 전 다저 스타디움에서 오타니와 3시간 정도 만났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오타니의 영입 최종 후보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에인절스 고위관계자들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일본 야구대표팀에서의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일본 야구대표팀에서의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조 켈리./AFPBBNews=뉴스1조 켈리./AFPBBNews=뉴스1
대체로 자신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LA 지역 매체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빌 플런킷 기자는 "오히려 로버츠 감독의 발언은 지금 LA 다저스가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저스의 행보가 설레발에 가깝다는 지적도 상당한 편이다. CBS스포츠는 "업계는 다저스가 오타니를 영입할 유력 후보는 맞지만, FA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하는 걸로 봐서는 그 주장의 타당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오타니가 등번호 17번을 향한 오랜 애정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친정팀 니혼햄 파이터스에서는 11번을 달았고, 올해 3월 있었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17번을 달고 뛰었다. 더욱이 WBC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으로 "난 내가 몇 번을 달고 뛰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일본 대표팀에서 뛸 때는 항상 16번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아직 영입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등번호를 비워놓을 만큼 진심이라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오타니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힌 데에는 뛰어난 성적과 인프라도 있으나,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분도 있었다. 다저스는 오타니 영입을 위해 2023시즌을 마치면 고액 계약이 대부분 정리되도록 팀 연봉 체계를 미리 손본 팀이었다. 그 결과 오프시즌 시작 전 팀 총연봉이 1억 880만 달러(약 1421억 원)로 2024시즌 1차 사치세 한도인 2억 3700만 달러(약 3095억 원)까지 1억 달러(약 1306억 원) 넘게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아직 공식 발표도 나지 않은 켈리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켈리는 지난 4일 다저스와 1년 800만 달러의 FA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오피셜은 뜨지 않았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해 어느덧 12년 차가 된 켈리로서는 영입 발표도 전에 등번호를 양보해달라는 말이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평소 그답게 이번 일도 유쾌하게 넘겼다.

켈리는 최근 롭 브래드포드의 팟캐스트 '베이스볼 이슨트 보링'에 출연해 "나는 빅리그에서 11년을 보냈고 오타니보다 두 배는 오래 있었다"고 웃으면서 "내게 좋은 차를 사주면 등번호를 포기하려 한다"고 농담했다.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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