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시장지배자 아니다"…공정법·유통업법이 다 막힌 이유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12.0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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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민들, 관광객이 뷰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12.07.[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민들, 관광객이 뷰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3.12.07.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집중 공략했던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의 위법 혐의는 납품업체가 올리브영 경쟁사와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한 'EB(Exclusive Brand) 정책'이었다. 올리브영이 H&B(헬스&뷰티)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위법성 판단의 전제인 '시장지배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시장지배력 여부와 관계없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배타적 거래 강요' 혐의도 함께 제기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공정위가 EB 정책의 문제점을 고려해 '혐의 없음'가 아닌 '판단 유보'라는 모호한 판단을 내렸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다른 업체의 EB 정책도 제어하긴 힘들게 됐다.

올리브영은 '시장지배자' 아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3.12.07.[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3.12.07.
올리브영은 자신의 납품업체들이 올리브영 경쟁사인 랄라블라·롭스 등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EB 정책을 운용했다. 대신 올리브영은 납품업체에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런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배타 조건부 거래'라고 보고 제재 절차를 밟았다. 배타 조건부 거래란 거래 상대방(납품업체)이 자사(올리브영)의 경쟁사(랄라블라 등)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래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다.

해당 조항을 적용하려면 올리브영의 '시장 지배력'이 인정돼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자로 본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사건 기간(2014~2021년) 중 올리브영의 'H&B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이 점포 기준 약 60~90%, 매출 기준 70~90%에 달해 시장지배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정위원들은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관련 시장 획정에 있어 심사관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심사관은 H&B 시장, 그 중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관련 시장으로 봤다. 반면 공정위원들은 올리브영의 화장품 부문 매출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관련 시장을 화장품 전반으로 넓혔고 온·오프라인까지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런 판단에 따를 때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은 심사관이 주장한 것보다 크게 낮아져 시장지배자 요건에 못 미친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도 인정 안 돼…제동 어려워진 'EB 정책'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함심사국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씨제이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3.1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함심사국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씨제이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제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3.1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정위 심사관은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대규모유통업법에도 위반된다고 보고 함께 문제를 제기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도 공정거래법과 유사한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규정이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해당 조항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시장지배력'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용이 수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정위원들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법에 규정된 '납품업체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위원들은 올리브영의 EB 정책에 대해 '무혐의'가 아닌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을 내리며 여지를 남겼다. 심의 절차 종료는 사실 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 등 판단 유보가 필요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공정위원들도 EB 정책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공정위 심의는 1심 역할을 해 이번 결과가 '판례'로 남기 때문에 향후 다른 업체의 EB 정책에도 사실상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명확히 입증되거나 EB 정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사실 등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공정위 제재가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에서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고 EB 정책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혐의가 아닌 심의 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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