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그]'콜레라 백신' 압도적 글로벌 1위, K백신 공장을 가보니

머니투데이 춘천(강원)=정기종 기자 2023.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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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유니세프에 콜레라 백신 공급…연간 4000만도즈 생산력 통해 올해만 3650만도즈 공급
세계적 콜레라 비상사태에 백신 필요성 급증…내년 GC녹십자에 위탁생산 맡길 정도로 수요 넘쳐

편집자주 [바이오로그]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바이오산업이 각 국가별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의약품 개발·제조에 국한됐던 바이오산업 범위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과 조합을 이루는 첨단융·복합 분야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머니투데이는 K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산업 현장 깊숙이 찾아가 진화 중인 국내 바이오산업의 일지(log)를 기록해본다.

유바이오로직스 춘천 1공장에서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 플러스'가 포장 레일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춘천 1공장에서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 플러스'가 포장 레일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공장이 완공이 되면 콜레라 백신 시장에서 지배력이 더 커질 겁니다. 동시에 차세대 백신을 개발해 해당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영희 유바이오로직스 생산1본부장)

신 본부장은 유바이오로직스 (13,910원 ▲80 +0.58%)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춘천 2공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연간 4000만도즈의 콜레라 백신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수요가 늘면서 생산력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단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내년 상반기 콜레라 백신 원액을 시작으로 2025년 완제, 향후 수막구균과 장티푸스 등 차세대 백신 생산까지 가능한 2공장 가동을 본격화한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유바이오로직스 춘천 1공장 내부에선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 플러스'를 검수 및 포장하는 직원들의 분주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1공장은 지난 2008년 들어선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건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임대 생산시설이다.

검수 및 포장이 수작업으로 이뤄질 정도로 노후화 된 시설이지만 전세계 콜레라 백신에서 차지하는 1공장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니세프에 유일하게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업체다. 회사 매출의 95% 이상이 콜레라 백신을 통해 발생한다. 올해만 3650만도즈를 유니세프에 납품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고는 부족하다, 생산하는 족족 출하되고 있는 탓이다.



콜레라 백신은 수인성으로 감염되는 세균성 질환인 탓에 현재 국내나 선진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질병이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는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콜라레를 글로벌 비상사태(3등급)으로 선포할 만큼 백신 수요가 높아진 상태다.

유바이오로직스 춘천 1공장 직원이 완성된 유비콜 플러스 튜브의 하자 여부를 확인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 춘천 1공장 직원이 완성된 유비콜 플러스 튜브의 하자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에 유니세프는 지난 9월 유바이오로직스에 1240억원 규모의 콜레라 백신 내년에 납품해 줄 것을 요청했다. 4933만도즈에 달하는 양으로 1공장 연간 생산능력(4000만도즈)를 넘어서는 양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555억원)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신영희 본부장은 "콜레라 백신은 공공분야가 아니면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분야다. 현재 글로벌 수요도 유니세프와 빌앤멀리다게이츠재단 등 공익적 목적의 지원 차원에서 형성돼 있다"며 "회사가 더 많이 생산해야 보다 많은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구조로 현재 수요만으로도 5000만도즈 이상은 공급돼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생산부터 검수까지 모든 과정이 완료된 유비콜 플러스 완제품. 생산부터 검수까지 모든 과정이 완료된 유비콜 플러스 완제품.
넘쳐나는 수요에 유바이오로직스는 GC녹십자에 원액을 제공하고 1500만도즈의 완제품 생산을 의뢰하는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1공장에서 생산되는 콜레라 백신은 회사가 최초로 개발한 플라스틱 튜브형 유비콜 플러스다. 하지만 해당 시설이 없는 GC녹십자에선 바이알 형태의 기존 제품 '유비콜'이 생산된다.

신 공장장은 "배송 환경이 열악한 공급지역 특성상 바이알 형태 보단 튜브형이 훨씬 이득이지만, 유니세프 측에서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급에 우선순위 등을 두고 단가를 맞춰주겠다고 한 상황이다"며 "제3세계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수요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9년 준공한 2공장 내년 원액 생산…2025년 말 완제 생산력 8000만도즈로 '껑충'
강원도 동춘전산업단지 내 위치한 유바이오로직스 2공장 전경강원도 동춘전산업단지 내 위치한 유바이오로직스 2공장 전경
유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콜레라 백신 수요에 일찌감치 춘천 2공장을 건립했다. 1공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동춘천 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2공장은 1만5834㎡ 규모에 콜레라 백신 원액(3000만도즈)과 완제(4000만도즈) 생산이 가능한 시설이다. 완제 기준 콜레라 백신 생산능력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유비콜 플러스의 개량형 제품인 '유비콜S'를 위한 생산 시설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생산력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유비콜S는 5가 백신인 2가 백신으로 간소화 해 생산수율을 30% 높인 제품이다. 2가 품목이긴 하지만 예방률은 유비콜 플러스와 유사한 60%대로 예방백신의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원활한 공급이 중요한 콜레라 백신 맞춤형 전략이다.

유바이오로직스 소속 직원이 춘천 2공장 백신 제조를 위한 배양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소속 직원이 춘천 2공장 백신 제조를 위한 배양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준공된 2공장은 그동안 시설과 장비 등에 대한 실사에 집중했다. 현재 완료된 상태로 내년 상반기부터 원액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완제품은 장비 도입 등의 기간이 필요해 2025년 4분기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내년 2공장에서 생산된 원액을 GC녹십자로 전달해 위탁생산하고, 2025년 말부터는 회사의 자체 생산능력이 8000만도즈까지 늘어나는 식이다.

현재 2공장 직원들은 유비콜 원액생산을 위한 막바지 점검과 차세대 백신 임상 시료 등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2공장의 분위기 역시 시설 및 장비 검수 등에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1공장과 또 다른 분주함을 풍겼다.

박영신 바이오로직스 2공장장(전무)은 "2공장에서 완제 생산이 본격화 되면 콜레라 백신 만으로 연간 1500억~2000억원 수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수막구균·장티푸스 등 차세대 백신 개발도 순항…2026년부터 순차적 출시 예정

유바이오로직스 소속 연구원이 춘천 2공장에서 임상 시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소속 연구원이 춘천 2공장에서 임상 시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공장은 유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을 콜레라 백신을 넘어 차세대 백신 분야까지 넓힐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설립 단계부터 콜레라 백신과 또 다른 세균백신(수막구균, 장티푸스) 개발 및 생산을 염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2공장에선 수막구균 백신 임상용 원액 및 완제를 생산하고 있다.

수막구균은 내년 4월 첫 투약을 시작해 2027년, 장티푸스 백신은 2026년 출시를 목표 중이다. 이밖에 백신부터 단백질, 항체 의약품 역시 생산이 가능해 다른 업체의 위탁생산(CMO) 사업도 비중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박 2공장장은 "특히 수막구균 백신의 경우 공공백신으로는 회사가 처음으로 진입하는 영역으로 정확한 규모는 예상할수 없지만 500억~1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어 보인다"며 "콜레라 백신 추가 완제생산과 차세대 백신이 생산되는 시점이 되면 콜레라 백신 경쟁력 퀀텀점프는 물론 백신 사업 전략 역시 다양화 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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