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역시나 '불수능'..수시탈락·소신지원이 입시 변수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12.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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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수험생 학부모들이 지난 7월 '종로학원 2024대입 수시정시 합격 예상 점수 공개 및 수험생 지원전략 설명회'애서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수험생 학부모들이 지난 7월 '종로학원 2024대입 수시정시 합격 예상 점수 공개 및 수험생 지원전략 설명회'애서 배치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역대급 난도의 보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가 나오자 대학입시를 둘러싼 변수도 복잡해졌다. 영어 1등급 비율이 절대평가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내년 의대 정원 확대 기조에 맞춰 정시 소신지원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기대와 달리 이과의 문과침공 현상이나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올해 대입에서도 지속될 것이란게 학원가의 분위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은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보이며 최상위권 변별력이 높아졌다. 특히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지난해보다 16점 오른 150점을 나타냈다. 이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64명으로 지난해(371명)보다 크게 줄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 대비 3점 상승했다. 최고점 수험생(612명)도 지난해 934명보다 감소했다. 이같이 최상위권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점수 분포가 넓어져 정시 지원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등급 비율이 감소하면서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기준이 다르지만 통상 상위권 대학들은 수시 응시 최저기준을 국어·수학·영·탐구 과목 중 3개의 합이 5~6등급 이내, 의학계열 최상위 학과는 합이 3~5등급으로 삼는다. 이미 수시에 응시했더라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그 비율 만큼 정시로 이월되는 수험생이 많아질 수 있단 분석이다.

실제 올해 수능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4.71%로 지난해 수능(7.8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국어영역 1·2등급 역시 5만802명으로 전년 대비 216명 줄었고, 수학도 5446명 감소한 5만831명으로 집계됐다. 상대평가인 국어와 수학은 물론 절대평가인 영어도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이라며 "최근 들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고려대나 연세대 경우는 반대라 내년 1월 3일부터 시작되는 정시 원서접수 시작 전에 최종 모집인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의 경우 보통 수능 최저 기준을 과목 각 1등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어와 수학, 탐구 1등급 비율이 줄어들면서 지역 의대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꽤 많을 수 있다"며 "문과 계열은 사회탐구 생활과윤리가 쉽게 나오면서 등급컷이 높아져 중위권 대학 수시에서 최저를 충족 못해 떨어지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과계열 학생들의 소신지원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단 점도 또다른 변수다.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확보된데다 내년 의대 모집정원 확대로 정시에서 하향보다는 소신지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표준점수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합격선이 상승할 것"며 "자연계가 인문계보다 점수 상승 정도가 높고, 자연계열 학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맞춰 소신지원 성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소장도 "정시 지원 기간 동안 의대 증원 이슈를 잘 살피며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와 수학이 모두 어렵게 나오며 최고 표준점수 차가 줄었지만 선택과목과 문·이과 유불리, 이과의 문과 교차지원 등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는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과 학생들이 무조건 국어가 약해 '문과침공' 현상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는 옳지 않다"며 "이과에선 수학반영 비율이 높은 문과 상위권 상경계열 등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교차지원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탐구 9과목 중 4과목 1등급 컷이 만점일 정도로 변별력이 낮아진 것도 확인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들이 다수 선택하는 사탐(생활과윤리·사회문화) 최고점 평균은 66점이고 과탐(지구과학I·생명과학I)은 68.5점으로 교차지원 시 이과생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국어에서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화법과작문보다 높게 형성되는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학생 중 과탐을 선택한 학생 비중은 62.6%로 지난해 59.6%보다 3.0%포인트(p) 증가했다"며 "국어과목에서 이과학생 고득점자가 많아질 수 있는 구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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