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민간검사기관 5개소를 통해 수집한 호흡기 검체 약 30만건 가운데 마이코플라스마 양성검체는 3423건으로, 이 중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 내성이 나타난 검체는 1769건(51.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환자 둘 중 한 명에게서 내성균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전체 감염자의 약 80%는 12세 이하 어린이다.
이처럼 내성이 생긴 환자에겐 어떤 약이 처방될까. 7일 입수한 '소아 마크로라이드 불응성 중증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 지침'에선 내성이 생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을 없애기 위한 2차 항균제로 '테트라사이클린제'(테트라사이클린·독시사이클린·미노사이클린 등)와 '퀴놀론제'(레보플로사신·토수플록사신 등) 사용이 권고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 두 약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에서 '소아 연령 금기 약물'로 지정돼 엄격히 관리된다는 것. DUR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어린이· 임신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 등 의약품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예방하는 서비스다.
이에 해외 지침에서는 소아 마크로라이드 불응성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2차 항균제로 테트라사이클린제와 퀴놀론제 사용을 권고하고는 있다. 우리나라 소아 의료 체계에선 이 약이 소아 금기용인 이유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 약을 활용한 치료를 회피하거나 금기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2차 약제를 사용해왔다. 이에 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 그리고 보건학·소아정형외과학·치과학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2017년 구성돼 2018년 12월 현재의 '소아 마크로라이드 불응성 중증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 지침'을 완성했고, 현재도 소아과 의사들이 이 지침을 마이코플라스마 내성 치료 때 가이드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이 있는 중증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서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균제 치료에도 임상경과의 호전이 없을 때, 비(非)마크로라이드 제제로 변경해 치료할 것'을 권고한다. 또 '소아 마크로라이드 불응성의 중증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서 테트라사이클린제 또는 퀴놀론제 중 치료의 이득과 위해를 고려해 약제를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주목할 건 이 권고등급이 'B'이고 근거 수준이 '중등도(moderate)'라는 점이다. 이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근거수준이 A등급 권고보다는 낮지만 치료 후 부작용과의 득실을 따졌을 때 중증도 수준의 이득은 있다는 의미다. 이는 '얻는 게 잃는 것보다 많고 근거 수준이 높아 강하게 권고한다'는 A등급까지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내성이 생겨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땐 이런 소아 금기 약물이라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폐렴으로 인한 뇌수막염·사망 등 더 큰 일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2차 항균제의 부작용이 적다고 판단되면 처방한다. 이처럼 허가받지 않은 범위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해 '오프라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병원·의사들이 오프라벨을 사용하기 꺼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병·의원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린 어린이 환자에게 이런 오프라벨 약을 사용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알게 모르게 진료비를 깎는다는 것.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내성이 생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치료에 이런 '오프라벨' 약(테트라사이클린제·퀴놀론제)을 사용하면 심평원이 수가를 삭감하는 탓에 이 약을 처방할수록 병원만 손해 본다"며 "이 때문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일선 현장에서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허용 연령대를 포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범위 내만 심평원의 요양급여 기준이 설정된다"며 "병원이 그 허용범위를 넘어서서 처방하면 요양급여 기준에 맞지 않게 돼, 심평원에서 요양급여로 지급할 수 없다. 이것에 대해 병원 입장에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비용을 받지 못하므로) 수가가 삭감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