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고집 꺾었다…전기차 가격 낮추자 생긴 일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2.0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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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30 /사진제공=볼보코리아EX30 /사진제공=볼보코리아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프리미엄보다 양산차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재편되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달 28일 '볼보 EX30'을 공개하고 사전 계약을 개시했다. 수입차 중 경쟁 모델이 많지 않은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도 정부 보조금 100% 지급이 가능한 4945만원~5516만원으로 책정했다.



국내 출시가격은 독일·영국·스웨덴 등 유럽 판매가격보다 1000만원 이상 낮게 책정됐는데, 보조금 수령시 국내 실제 구매가는 40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프리미엄을 내세웠던 볼보의 신차 가격이 같은 차급의 양산차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EV, 쉐보레 볼트 EUV 등과 비슷해진 셈이다. 볼보의 기존 전기차인 준중형 SUV XC40·C40 리차지의 경우 6000만원 후반대로, 메르세데스-벤츠·BMW와 같은 가격대였다.

볼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EX30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전기차 가격 전쟁에 참전하는 모양새다. 요아킴 헤르만손 볼보 EX30 제품개발 리더는 "높은 가격이 전기차 선택의 걸림돌 중 하나"라며 "전기차 가격은 가능하면 내연기관의 프리미엄 대안과 동일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지만, 올해 들어 국내 1~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2% 줄어든 13만665대를 기록했다. 경기 악화에 고금리 등의 여파로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값비싼 프리미엄 전기차를 소비자가 멀리하고 있다. 실제로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가 비교적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다.

당초 전기차 가격전쟁을 선언한 테슬라는 국내에도 5000만원대 중국산 모델Y를 출시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기존 모델Y 판매량은 66대에 그쳤다. 그러나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새 모델 Y의 본격적인 출고가 시작된 9월에만 판매량이 4206대로 늘었고, 10월에도 2814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기아 최초로 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EV가 출시 한 달 만에 사전예약 약 6000대가 몰렸다. 기아가 설정한 올해 판매목표 4000대를 50% 초과 달성한 수치다. 지난달 기준 7000만원대의 EV9은 국내에서 375대 팔리는데 그친 가운데 2000만원대 레이EV가 1387대 팔리면서 기아 전체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 올렸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667대를 출고했다. 역시 보조금 수령시 3000만원대인 비교적 낮은 가격이 판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지자체별 전기차 보조금 소진 등에도 토레스 EVX가 시장에서 호평받았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경우 내년 EV3·4등 저가형 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하며, 같은해 현대차는 캐스퍼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테슬라 역시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약 3500만원의 저가형 모델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제너럴모터스(GM)는 보급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차세대 모델을 오는 2025년 출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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