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페디 '이런 외국인 없었다...' 일타강사에 팬 서비스까지 일품, 역대급 임팩트 남기고 美 복귀

스타뉴스 양정웅 기자 2023.12.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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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2023 KBO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 /사진=뉴시스2023 KBO MVP를 수상한 에릭 페디. /사진=뉴시스
NC 다이노스와 KBO 리그는 '일타강사'를 잃게 됐다. 자팀과 타팀을 가리지 않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에릭 페디(30)가 1시즌의 동행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6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약 196억 9000만원)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ESPN의 제프 파산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확인시켜줬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페디는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꾸준히 받아왔다. MLB.com은 지난 11월 페디를 '곧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아시아리그 스타'로 소개했다. 매체는 "야구계 일각에서는 페디가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MLB트레이트루머스 역시 랭킹 상위권은 아니지만 주목할 FA 자원으로 페디를 언급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가 자신의 SNS를 통해 "페디는 메츠와 화이트삭스 중에서 행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기간 2년, 연봉 총액 1000만 달러(약 131억 원)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파인샌드는 페디의 계약은 하루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메이저리그 시절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메이저리그 시절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페디로서는 1년 만의 미국 복귀다. 지난 2017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등판해 454⅓이닝을 소화, 그는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인 2022년에도 27경기(127이닝)에 선발 등판, 6승 13패 5.81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해 시즌을 마치고 논텐터 FA로 풀렸고, 이를 놓치지 않고 NC 다이노스가 손을 내밀었다.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그는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 도전에 나섰다.

페디는 비시즌 가다듬은 스위퍼라는 신무기를 바탕으로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또한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다. 이에 페디는 시즌 종료 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강인권(51) NC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스타뉴스와 만나 "페디가 있으면서 등판하는 경기에 대한 계산이 서게 된다. 그러면서 나머지 경기에서 조금 더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페디의 활약이 엄청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릭 페디가 2023 KBO 시상식에서 자신의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에릭 페디가 2023 KBO 시상식에서 자신의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페디는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도 팀에 기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지만 거드름 피우지 않고 어린 선수들과 가까이 지냈다. 스프링캠프 합류 3일 만에 우완 김시훈(24)과 식사를 하며 NC와 창원에 대해 물어보며 친해졌다. 시즌 개막 직전에는 동료 투수들과 프로농구 창원 LG 경기를 관람했고, 창원 가로수길까지 찾아가며 팀에 녹아들었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도 빛났다. 정규시즌 막판 오른팔 타박상을 입고 포스트시즌 등판을 하지 못했던 페디는 꾸준히 재활에 나섰고,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올라와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5차전에서는 구원 등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일각에서 제기된 태업 논란에 대해 "그건 아니다. 오해를 할 수는 있지만 분명히 그런 선수는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열정도 있었고, 팀을 항상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다. 본인의 몸이 안 따라와줘서 마음 아파했지 몸을 생각해서 타협하는 건 절대 없었다"고 밝혔다.

에릭 페디(오른쪽)가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에릭 페디(오른쪽)가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코치 역할도 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평균자책점 1.10으로 성장한 우완 신민혁(24)은 페디와 비슷한 준비동작으로 바꾸며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팀 동료들에게도 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 등을 알려줬다. 우완 전사민(24)은 "페디에게 좌타자 상대 투심 피안타율이 높은 걸 어떻게 해결했냐고 물었고, 페디가 잘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최종전(10월 16일 광주 KIA전)에서는 야수들이 연이어 실책을 저지르자 직접 미팅을 소집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 면모는 타 팀 선수들에게도 똑같았다. 올해 신인왕을 차지한 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지난 8월 중순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를 통해 페디와 식사자리를 청했고, 페디는 직접 공을 가지고 나와 시범을 보이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알려줬다. 당시 페디는 "내가 알려준 부분이 문동주에게 나온다면 그만큼 리그가 성장하고 더 재밌는 야구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에릭 페디(왼쪽)가 지난 8월 식사 자리에서 문동주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인스타그램 갈무리에릭 페디(왼쪽)가 지난 8월 식사 자리에서 문동주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인스타그램 갈무리
페디는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비밀을 지키기보다는 최대한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과거 워싱턴 시절 베테랑들에게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맥스 슈어저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지오 곤잘레스 등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와서 선배들한테 받은 만큼 똑같이 돌려주고 싶어서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팬 서비스도 일품이었다. 지난 5월에는 우천취소를 알리는 구단 공식 유튜브 영상에 출연, "마, 저 봐라. 오늘 갱기 모한다(저거 봐라. 오늘 경기 못 한다)"고 말하며 경남 사투리를 쓰는 모습을 보여 큰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SSG 랜더스와 매치를 앞두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하고, 팀 스토어의 주인으로도 변신하며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올스타전에서는 포수 박세혁과 여권 태우기 퍼포먼스도 펼쳤다.

비록 한 시즌뿐이지만 페디는 NC와 KBO 리그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미국으로 가게 됐다. 실력과 야구 외적으로도 맹활약한 그는 이제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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