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림은 놔두라고? '3점포 6방'으로 응수, 하나원큐 상승세 뒷받침하자 사령탑 '함박웃음'

스타뉴스 부천=양정웅 기자 2023.12.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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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정예림(왼쪽)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맞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WKBL하나원큐 정예림(왼쪽)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맞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WKBL


정예림. /사진=WKBL 정예림. /사진=WKBL
"우리는 (정)예림이가 해줘야 하는 팀이다." (하나원큐 김도완 감독)

최근 심상찮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WKBL 부천 하나원큐. 언니들을 뒷받침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정예림(22)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원큐는 6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홈 경기에서 78-51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하나원큐가 연승을 거둔 건 2020~21시즌(2021년 1월 25일 삼성생명전~2021년 2월 5일 신한은행전, 5연승) 이후 무려 2년 10개월 만의 쾌거다.



이로써 하나원큐는 시즌 전적 4승 6패(승률 0.400)를 기록하며 같은 순위였던 부산 BNK 썸을 5위로 내리고 단독 4위로 등극했다. 또한 3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승차도 0.5경기 차로 좁히면서 순위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 2012~13시즌 신세계 농구단의 선수단을 인수한 하나원큐는 2015~16시즌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이른바 '첼시 리 사태'로 모든 기록이 박탈됐다. 이어 2019~20시즌에는 3위에 올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플레이오프가 무산됐다.

하나원큐 정예림이 6일 신한은행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하나원큐 정예림이 6일 신한은행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이날 경기에서 하나원큐 승리의 주역은 단연 정예림이었다. 31분 23초를 소화한 그는 20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양 팀 선수 중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3점슛 8번을 시도해 6번이나 성공시키는 절정의 슛 감각을 선보였다. 그가 3점포 6방을 터트린 건 프로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던 정예림은 동료들을 뒷받침했다. 그러다 1쿼터 후반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면서 본격적인 득점 행진을 시작했다. 2쿼터에도 초반 휴식을 취한 후 똑같이 3점포 2개를 기록하며 점수 차를 늘려나갔다.

수비에서도 빛나는 모습이었다. 특히 4쿼터에는 수비로 팀을 살렸다. 두 차례 결정적인 블록슛으로 상대의 공격시도를 막아냈고, 쿼터 중반 볼을 가로챈 후 자신이 직접 외곽포를 성공시키며 쐐기 득점을 만든 건 백미였다. 이에 신한은행은 4쿼터 단 1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나원큐 정예림(왼쪽 2번째)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맞고 있다. /사진=WKBL 하나원큐 정예림(왼쪽 2번째)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맞고 있다. /사진=WKBL
경기 후 정예림은 "연습할 땐 (슛 감이)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게임 들어가니 신한은행이 새깅하는 느낌이라 자신있게 쏴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과거 '신명호는 놔두라고'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가 정예림의 슛을 느슨하게 막은 걸 놓치지 않고 활용한 것이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 역시 "상대는 너무 잘했다"며 "정예림은 3점슛 쏘는 건 다 들어간다"며 칭찬했다.


이날 경기는 정예림의 농구 인생을 통틀어서도 3점슛 시도가 가장 많은 날 중 하나였다. 실제로 프로 데뷔 후 그가 가장 많은 3점슛을 쏜 것은 6번으로, 이를 가뿐히 넘었다. 정예림은 "이렇게 많이 던진 것도 손에 꼽는다. 그동안 3점슛을 즐겨하지 않았다. 프로 와서 많이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예림은 올 시즌 초반 다소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전 부상도 있었고,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3x3 여자농구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합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지난달 23일 우리은행전에서는 22분 51초를 뛰면서도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삼성생명전에서는 후반에만 8득점을 기록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예림. /사진=WKBL 정예림. /사진=WKBL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은 "우리는 (정)예림이가 해줘야 하는 팀이다"며 "(김)정은이와 (김)시온이가 오면서 분산됐지만, 두 선수의 체력적 한계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상대 흔들며 궃은 일 하며 득점해야 되는 데 그게 예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전에서 감을 찾은 것 같다. 어떤 역할 할지 이해했다"며 "예림이가 살아났다는 건 긍정적이다"고 반색했다. 이날 경기 후에도 김 감독은 "수비에서 궃은 일 잘해줘서 자신감이 붙어 슛 리듬감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하나원큐 코칭스태프가 나서 도왔다. 정예림은 "연습할 땐 감독님도 잘 봐주시고, 이한권 코치님이 슛 자세하게 봐주셨다"고 설명했다. '민트보스' 김정은의 합류로 선수단의 사기가 올라간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경기 땐 언니들도 자신있게 쏘라고 한다. 심적으로 안정돼 잘 들어갔다"고 전했다.

물론 한 경기를 잘했다고 방심할 정예림이 아니다. 그는 "부진한 경기도 많았고, 오늘 하루 잘했다고 다음 경기에서 슛이 잘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WKBL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봐도 되냐'는 질문에도 "아니다. 어느날은 잘 되다가도 다음날은 모르겠다. 기복 있는 상태다"고 답했다.

하나원큐 정예림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WKBL 하나원큐 정예림이 6일 신한은행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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