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손 들어준 공정위, 유통업계 온오프 경계 허물어졌다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3.12.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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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손 들어준 공정위, 유통업계 온오프 경계 허물어졌다


CJ올리브영의 시장 지위를 둘러싼 이슈가 일단락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리브영의 시장 범위를 오프라인 중심의 미용·건강 전문 유통채널(H&B)에서 온라인으로 확대하면서 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 각 유통 플랫폼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타적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첫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미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유통업계에서 이 같은 정부의 해석으로 단독 상품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매장서 발라보고 주문은 온라인으로...뷰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유통업계에서 올리브영 사건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공정위의 시장 획정 문제였다. 시장 지배적 지위가 성립되느냐에 따라 같은 위반 행위일지라도 과징금 규모가 달라져서다. 올리브영의 납품 업체 갑질 문제가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할 경우 과징금은 연간 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한다.



당초 공정위는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 화장품을 직접 체험·비교한 뒤 구매할 수 있는 특성상 H&B 시장을 온라인 쇼핑몰 등과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3분기 기준 올리브영의 운영 점포수는 1339개다. 오프라인 중심의 H&B 스토어로 올리브영의 시장을 획정하면 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달라진 뷰티 시장 내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서 올리브영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기는 불확실하다고 봤다.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올리브영의 시장은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 넓게 봐야" 한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로 오프라인 중심이던 올리브영은 온라인 매출 비중이 올해 3분기 25.9%까지 증가했고 반면 온라인 사업자인 쿠팡, 네이버 등도 최근엔 H&B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가고 있다. 올리브영 매장에서 발라보고 주문은 온라인 최저가를 찾아서 구매하는 식으로 달라진 시장을 공정위가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까지 H&B 시장을 확장하면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15%로 떨어진다.



부담 던 유통업계, 단독 상품 경쟁 치열해질 듯
최근 쿠팡, 네이버, 컬리 등 온라인 소매유통 업체들은 소비자 경험을 중요시하면서 앞다퉈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쿠팡은 11월 한 달간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전국 8개 메가박스 지점에서 '메가뷰티쇼 어워즈 버추얼 스토어'를 운영한 것. 화장품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성수동에 소규모 체험형 문화 공간인 오프컬리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패션 이커머스 최강자 자리에 오른 무신사도 내년을 오프라인 진출 원년으로 삼고 20개 넘는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함으로써 온라인에서 만날 수 없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유통 플랫폼마다 차별화된 온·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체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배타적 거래 등 치열해진 소매유통업체간 경쟁 상황을 인정하고 시장 획정 문제를 유보한만큼 온오프를 넘나들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 유통업계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활성화와 코로나 기간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온·오프라인 경계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당국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며 "유통 채널별로 특색있는 단독 상품을 유치하고 주요 브랜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것이 필수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 판단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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