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살았다"…주담대 금리 얼마나 떨어졌나 보니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3.12.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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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살았다"…주담대 금리 얼마나 떨어졌나 보니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는 한 달 사이 금리 상단이 0.6%포인트 하락했다. 차주의 금리 부담은 줄었지만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 우려도 나온다.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11월에 이어 연말 가계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이날 주요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76~5.77%로 집계됐다. 지난달 1일(4.39~6.39%)과 비교해 상단이 0.62%포인트(p) 하락했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하락한 것은 준거금리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의 금리가 최근 하락해서다.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급)의 전날 평균 금리는 4.114%로 지난 6월7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일과 비교해 0.619%p 하락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에 시장금리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도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 중이다.



은행채 5년물의 하락 폭이 커지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55~6.65%에 형성됐다. 변동형 주담대는 매달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금리 반영이 다소 늦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영끌족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주담대는 대출 규모가 크고, 상환 기간도 길어 소폭의 금리 하락도 차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만 금리 하락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과 비교해 4조3737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4조원 이상 증가한 것은 31개월여 만이다.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주담대가 5조원가량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상태다. 은행권은 적용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생활안정자금과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 중이다. 가계대출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협력해 이달말까지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 채권의 금리가 빠르게 오른 만큼 하락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라며 "은행권에서 혼합형 금리에는 사실상 마진을 포기한 상태여서 변동형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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