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 인명피해는 없으며 839개의 점포 중 500여개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11.30/뉴스1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이에서 발생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방 원로 선배님이 소방청이 늘 국민 안전을 생각하고 그만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청장 취임에 맞춰 보내주신 족자를 집무실에 걸어두고 매일 마음에 새기고 있다.
37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재 사건이 있다. 2016년 11월 대구소방안전본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서문시장은 의류와 원단, 전통의상 등을 취급하는 점포 40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당시 4지구의 한 점포에서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800여 개 점포가 불에 탔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했다는 상황 보고를 받고 초기부터 소방공무원 750여 명과 소방차량 90여 대를 투입한 결과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진화했다. 신속·최고·최대 대응이 제대로 작동된 결과였다. 시장을 지켰다는 사실은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로 인한 피해는 매번 발생하고 안타깝게도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소방청이 분석한 최근 5년간 연평균 발생 화재는 3만9496건이다. 화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4만113건으로 증가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도 5년 평균 327명 대비 지난해 342명, 부상자도 5년 평균 2111명 대비 지난해 2327명으로 늘었다. 하루 평균 화재가 100건이 넘게 발생하고, 하루에 1명 꼴로 화재로 숨진다는 얘기다.
지난 1일 고(故) 임성철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너무나 비통하고 안타깝다. 고인의 희생정신을 깊이 새겨 6만7000여 소방공무원의 안전,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남화영 소방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