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스아이바이오, AI 플랫폼 아닌 藥으로 승부수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12.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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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혈액학회서 AML 치료제 'PHI-101' 임상 1상 탑라인 결과 발표
선공개 자료서 모든 용량 내약성·기존 치료제 불응환자군 유효성 등 확인

파로스아이바이오, AI 플랫폼 아닌 藥으로 승부수


파로스아이바이오 (11,760원 ▲360 +3.16%)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PHI-101'의 글로벌 임상 1상 탑라인(핵심지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신약에 대한 높은 시장 관심에 7월 말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단기 급등한 바 있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표될 핵심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4일 파로스아이바이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미국혈액학회(AHS)에 참석해 PHI-101의 AML 임상 1상 탑라인(핵심지표) 결과를 발표한다. 회사 임상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선 후보물질의 주요 결과 공개인 만큼 향후 기업가치 방향성에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앞서 공개된 초록에 자료에 따르면 PHI-101은 임상 1상 모든 용량에서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투여 제한 독성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완전관해 4명을 포함해 14명의 기존 치료제 재발·불응환자 중 9명에서 임상적 우월성을 확인했다. 추가 증명에 따라 해당 분야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부상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PHI-101과 같은 FLT3 돌연변이(AML 환자에서 나타나는 주된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 승인 치료제는 아스텔라스의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 정도가 꼽힌다. 임상에 포함된 재발·불응환자군에 조스파타를 사용한 환자들이 포함된 만큼, 현재 시장 선도 품목과의 비교우위도 확인할 수 있다.



AI신약 개발사 개별 파이프라인 성과 도출에 의미…기업가치 롤러코스터 안정화 기회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플랫폼 '케미버스'를 기반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논문 등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방대한 자료를 AI로 처리하고, 효과를 예측해 개발 속도는 물론 정확도까지 높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개발시간은 60%, 비용은 8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파로스아이바이오 상장 당시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챗GPT에서 시작된 AI 열풍이 헬스케어까지 번지며 관련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347대 1이라는 준수한 청약 경쟁률로 이어졌다. 비록 상장 당일(7월27일)엔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주가로 장을 마감했지만, 8월 들어서만 150% 이상 급등하며 시장 기대감의 수혜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8월31일 기록한 고점(장중) 2만5000원 대비 44.4% 낮아진 1만3900원으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주가 급등락 배경은 AI신약 개발사 특성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높은 AI의료 관련 기업 관심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단기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성과 도출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대감이 식는 속도도 빨랐다는 평가다.


때문에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이번 임상 결과 발표는 단일 파이프라인을 넘어 회사의 전반적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로 꼽힌다. 그동안 앞세운 AI신약 플랫폼의 가치가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개별 치료제로 구체적인 가치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PHI-101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이다. 내년 진입을 목표 중인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를 통해 상업적 성과를 가시권에 둘 수 있다. 이는 다시 PHI-101을 비롯해 5개의 주요 파이프라인에 공통 적용된 AI신약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회사 역시 후속 임상에 힘을 싣는 중이다. 지난 10월 미국법인 파로스테라퓨틱스에 100만달러(약 1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PHI-101 임상 2상을 위한 유증이 핵심 배경이며, 공동연구 네트워크 확대 및 기술수출을 위한 전초기지화에 무게감을 더한다는 전략이다.

오의림·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PHI-101의 임상 1상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으로 임상 2상 투약 개시는 이르면 내년 말이 될 것"이라며 "비교적 초기 개발 단계지만 국내 치료목적 사용 승인과 미국 희귀질환치료제 등록으로 2상 후 조건부 품목 허가 승인도 가능하다. 또 케미버스를 활용해 난소암과 유방암으로도 적응증을 확장 중인 만큼 추가 모멘텀도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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