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은 사라지고 블록버스터로 진화한 '스위트홈2'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12.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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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커졌지만 산만한 구성 아쉬운 연출에 실망감만 가득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한국형 크리처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스위트홈'이 3년만에 시즌2로 컴백했다.

지난 2020년 낡고 허름한 아파트 '그린홈'을 배경으로 개성있고 창의적인 캐릭터와 장르를 선보인 '스위트홈'은 아직 끝을 맺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뒤로 하고 시즌 1을 마무리했다. 1편에서 남겨진 이야기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돌아온 시즌 2는 더욱 강력해진 화력과 규모로 무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린홈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주민들은 군인들의 인솔에 의해 안전캠프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을 이끄는 이병 찬영(진영 분)은 따뜻한 인간애와 정의를 간직한 인물이다. 찬영의 도움으로 안전캠프에 도착하지만, 언제 괴물화될지 모를 인간들을 '청소'하려는 정부의 계획으로 안전캠프인 스타디움은 포탄을 맞는다. 이 과정에서 시즌1의 주요인물인 지수(박규영)가 사망하고, 은유(고민시)를 비롯한 그린홈 주민 가운데 단 네명만이 살아남는다. 정부의 무차별 살생을 막고 생존자들을 구한 탁상사(유오성)는 반장(김신록)이 이끄는 스타티움 지하캠프로 합류한다. 한편 인간의 마음을 버리지 않은 현수(송강)은 상욱(이진욱)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정의명과 특수감염자들의 실험을 자행하는 연구시설로 향한다. 의명과의 대결에서 그를 물리치고 연구시설에 간 현수는 임박사(오정세)를 만나 실험대상이 되길 자처한다. 역시 연구시설에서 남편의 끔찍한 모습을 목격한 이경(이시영)은 급작스러운 산통과 함께 얼어붙은 강 위에서 출산을 하고 그 뒤 1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창의적인 스토리과 기존에 없던 크리처물로 인기를 모았던 시즌1이 더 커진 규모와 다양해진 인물들, 다채로운 시각효과로 무장한 시즌2로 돌아왔다.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주연배우 송강의 알몸 연기는 예상 외로 꽤 긴 러닝타임 동안 등장한다. 송강 뿐 아니라 이진욱과 시즌1에서 모성애 넘치는 명숙 역을 연기한 류재숙의 나체 신, 시즌2 말미에도 중요인물의 알몸 신이 등장하며 등급에 걸맞은 수위를 자랑한다.



그린홈이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과 아파트 구성원들의 내밀한 속내, 개개인의 욕망과 서사를 그린 시즌1은 개성있고 독특한 장르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가족을 잃은 은둔형 외톨이인 소년이 이사온 낡고 오래된 아파트. 겉모습은 똑같지만, 칸칸이 들어앉은 각 호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각각의 고통과 욕망을 품고 그 어둠에 잠식돼 가는 보통의 소시민들. 삶의 퍽퍽함에 어느덧 자신의 내밀한 욕망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괴물'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되고, 자신이 품어온 환상의 세상을 만들어 정신과 영혼을 사로잡힌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원인도, 대책도 없이 이웃 중 누군가가, 혹은 내 가족이나 자신이 괴물화될 수 있다는 시즌1의 설정은 독창적이고 신선한 발상으로 시청자를 이끌었다. 여기에 인물들의 특성을 살린 괴물의 다양한 형상과 그래픽은기존 크리처물에서 한단계 진보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등장인물들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법한 평범함 속에 자신만의 욕망과 비밀을 가진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풍성하게 했다.


3년의 숙고 끝에 돌아온 시즌2는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을 위시해 더 많아진 등장인물들과 커진 스케일을 선보인다. 유오성, 진영, 김무열, 오정세, 김신록, 김시아 등이 출격해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리고 아무 사전 지식없이 괴물화된 주민들의 공격에 불가항력으로 당했던 것과 달리 무장한 군인들의 지휘 아래 체계적인 방어 체계를 갖춤으로써 더욱 강력해진 화력을 보여준다. 특히 스타디움 폭격 장면과 차량 추격 신, 거리 전투 신 등에서 블록버스터로 잔뜩 몸집을 키운 시즌2를 엿볼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그러나 더 커지고 강력해진 규모와 머릿수가 늘어난 시즌2는 앞선 시즌의 장점이 다수 휘발했다. 인간적인 서사를 통해 슬프고 아련한 동질감을 불러오던 서사는 무너지고, 많은 인물들의 스토리가 파편적으로 그려진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잘 구현했던 전작에 비해 캐릭터의 정체성이 모호할뿐더러, 주요 인물들의 비중이 적어 시즌1과의 연결성이 느슨해지고 말았다. '강철부대'로 화제를 모은 실제 UDT 출신 육준서를 파격적으로 기용해 신선함을 더했지만, 미스터리 소녀 역을 여러번 연기한 김시아를 비롯해 유오성과 정석원 등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캐스팅은 안일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전 시즌에서 수거되지 않았던 많은 미스터리와 비밀 역시 이번 시즌에서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아파트가 가진 특수성과 톡특한 거주형태에서 나오는 고립감이 작품의 한 축을 이루던 것에 반해 더 넓어진 무대로 자리를 옮긴 시즌2는 기존의 아포칼립스적 작품들의 기시감마저 든다. B급 감성이 충만한 크리처물로 독특한 소재와 독창적인 비주얼이 강점이던 '스위트홈'. 서사와 인물, 감성은 사라지고 외연만 거대해진 블록버스터로 돌아온 시즌2는 선택과 집중에서 길을 잃은 듯,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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