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3일 오전 10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영결식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이곳을 찾은 80대 김순옥씨와 정정자씨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불교의 최고 어른이 이렇게 가신다고 하니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스님이 가시는 마지막 길이라 가슴이 저며 장사도 접고 아침 6시30분에 춘천에서 열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고령의 신도들은 두꺼운 패딩에 모자, 장갑을 준비하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조계사를 찾았다. 아침 일찍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경한 김문자씨(86)는 "처음에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우리를 이끌어준 스승님께서 멀리 떠나시는데 배웅해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영결식에서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터럭 한 올조차 없는 번뇌 사라진 땅에서 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배를 마음껏 타고서 달빛을 싣고 바람 부는대로 다니다가 때로는 구름 위에 눕고 때로는 물 위에서 쉬소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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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자승스님이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부처님의 메시지를 전달한 건 우리 사회의 큰 등불이 될 것"이라며 "권력의 씨를 뿌리지 않는 스님의 메시지를 이어받아 자유와 연대로 어려운 이웃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에서 자승스님이 생전 "비움이란 갈등과 경쟁, 부정과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의 행위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는 걸 알려주고 혁명적인 사고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라며 "내가 변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와 내 이웃을 부처님처럼 소중히 여겨달라"고 설법하는 영상이 나오자 일부 신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입적한 자승 스님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쯤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사진=김지은 기자
자승스님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칠장사에서 입적했다. 이날 오후 6시50분쯤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승스님의 유서에는 종단의 미래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과 칠장사를 2025년까지 복원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승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해 1972년 해인사 지관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2009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조계종의 33·34대 총무원장을 지냈다. 정부는 자승스님에게 한국 불교 안정 등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