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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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評천하] 키신저 타계, 대만 야당후보 단일화 실패 外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 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고 있다. '미국 외교계 거목' 인 키신저 전 장관은 29일 (현지시간) 코네티컷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23.11.3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월 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고 있다. '미국 외교계 거목' 인 키신저 전 장관은 29일 (현지시간) 코네티컷 자택에서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23.11.3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헨리 키신저가 타계했습니다. 지난 5월 100세를 맞아 성대한 생일파티를 가졌고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던 이 원로 외교가(外交家: 키신저에게는 'diplomat'보다는 고풍스러운 'diplomatist'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는 100년 전 독일에서 유대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1930년대 후반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갔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병사로 참전하면서 미국 시민권도 얻고 전쟁이 끝난 후 하버드대에 입학해 정치학을 공부했고, 하버드에서 박사 취득후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키신저는 좋게 말하면 실천과 실무에 관심이 많았던 학자, 나쁘게 말하면 권력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 이미지가 미국 학자들 사이에 강합니다.

키신저가 타계한 후 나온 각종 매체들의 부고(obituary) 기사들 역시 호오(好惡)가 확실히 나뉘었습니다. 명분보다는 실제의 성과를 중시하는 정치현실주의(Realpolitik)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미중(美中)의 역사적 라프로슈망(rapprochement: 협력, 화해)을 이뤄내고 미국사회를 오랫동안 분열시켰던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킨 대 전략가-외교관으로 호평하기도 하고, 반대로 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음모가로 악평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뉴스테이츠먼이나 미국의 더네이션 같은 진보계열 평론지들은 키신저가 그렇게 유능한 사람도 아니고 권력자에게 직언하기 보다는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간신' 같은 사람이었다고 하고, 과거 캄보디아를 폭격하거나 칠레 아옌데 정권 전복작전에 개입하는 등 권력정치의 화신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도청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중도 사임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키신저도 후버 CIA국장의 도움을 받아 탈법적 도청을 종종 이용했다고 합니다.

보수적인 평론가들은 대체로 키신저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너무 중국과 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수많은 영욕을 뒤로 하고 키신저라는 거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세기 후반에 그보다 더 세상에 영향을 미친 공직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만 총통선거가 '시계 제로'입니다. 마잉주 전 총통의 중재로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한 야권 후보 두 명이 누가 실제 단일후보가 될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실패했고, 후보 등록을 각각 해버렸습니다. 후보 등록이 끝난 직후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지지도 28.3%,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가 28.2%,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24.3%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이 한쪽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1, 2등 후보의 지지율이 초박빙 상태인데, 표쏠림이 진행된다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쪽이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야당 후보들은 친중 성향이 강합니다.

한편 총통선거와 동시에 진행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인 국민당이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시보의 정당별 지지도 조사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31.9%로 1위,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24.7%에 그쳤고, 민중당은 19.5%를 기록했습니다. 대만 국민들의 민진당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음을 보여줍니다. 중국으로서는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등장하도록 확실히 해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개입하고 싶겠지만,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할 것입니다. 폭스콘(대만명 훙하이정밀) 회장 궈타이밍은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중국 당국이 폭스콘의 중국 사무소와 공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도높은 조사를 실시했는데, 아마도 중국 당국으로부터 후보 사퇴 압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궈타이밍 후보는 당시 9%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었는데, 궈타이밍도 친중 후보로 평가되어 친중파 표들이 분산될 위험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궈타이밍 후보의 사퇴는 친중 성향의 표가 국민당 후보로 결집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분위기를 볼 때, 야당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압승,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자연스런 표쏠림을 통해 허우유이 후보의 승리가 예상됩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남북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북한비무장지대(DMZ)에 감시초소 11개소를 복원했다고 합니다. 북한군은 휴대용 로켓발사기(RPG) 같은 중화기도 비무장지대 안으로 반입해 최전방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8년의 군사합의에 따라 약 160개의 감시초소 중 11개소를 철거하고 병사들을 철수시켰습니다. 한국군도 마찬가지로 11개소를 철거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달 23일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 발표에 맞춰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를 복원한 것입니다.

북한은 대일(對日) 교섭을 중시하면서 한국과의 교섭을 전면 중단했고, 이뿐 아니라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대일교섭의 강화와 남북긴장 강화는 어쩌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지 모릅니다. 심지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중국에 거리두기도 대일 교섭 및 향후 트럼프 재집권후의 대미교섭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습니다. 북한 외교는 2024년말 미국 대선을 정조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분간 남북관계는 지금과 같은 긴장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IT기술, 특히 보안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행정전산망이 몇일 동안 마비되었던 사고가 발생했고, 일본은 한국 네이버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만든 라인(LINE)-야후(Yahoo)에서 부정 액세스가 발생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가 높아졌습니다. 일본인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라인에서 실제 38만건의 정보가 실제 유출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라인의 데이터는 한국 네이버의 산하기업이 위탁해 관리되고 있었는데, 이곳에 부정 액세스가 발생한 것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이용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도 포함" 이용자의 나이, 성별, 통화 이용빈도 등 20개 항목을 넘는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최근 한국의 온라인 산업, 온라인 정부 등을 벤치마킹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동시에 터져나온 한국 정부의 행정전상망 마비와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한국의 온라인 방식에 대해 회의론이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진작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제조업 지수가 10월의 49.5에서 11월에는 49.4로 떨어졌습니다. 이 지수가 50 아래인 경우 경기후퇴를 의미합니다. 한국도 11월 제조업 지수가 지난 달 대비 3.5%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호조입니다. 일본의 제조업은 9월 대비 10월에 1%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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