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10년 이상 계속될 수도 있는 이유[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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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식, 부동산부터 '코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투자 상품들의 성적을 1~2년 전과 비교해보면 고금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낍니다. 모든 투자자들의 이목은 고금리가 얼마나 지속될까에 쏠려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 시대가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 시대가 지속되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AI로 대표되는 생산성 향상 덕분이라는 희망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금리가 높더라도 늘어난 소득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나리오는 암울합니다. 정부(특히 미국)가 부채를 남발하여 가계와 기업이 끌어 쓸 수 있는 돈이 줄면서 금리가 올랐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은 늘지 않는 상태에서 늘어난 금리의 부담을 모두가 짊어져야 합니다. 좀 더 개연성이 있는 건 비관적인 시나리오입니다. 게다가 고금리의 진정한 여파는 아직 우리에게 미치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은 훨씬 더 조심스럽게 시장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금리가 10년 이상 계속될 수도 있는 이유[PADO]


선진국 경제의 금리가 제로에 가까웠던 시절, 경제학자들은 금리의 하락이 수십 년,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에 걸친 추세의 산물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오래 전 일도 아니건만 이젠 금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가 화두다. 금리에 대한 장기 기대치를 반영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까지 1% 미만이었으나 10월 18일,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9%를 기록했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었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은 금리가 "5000년 중 최저치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다소 격앙된 듯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학자, 투자자, 그리고 모두가 금리가 영원히 낮을 것으로 예상하던 시절 끌어썼던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불편한 입장에 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심정이다.

금리가 '더 높게 더 오래' 유지되리라는 확신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은 2021년에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으나 이제 독일은 10년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데 3%에 가까운 이자를 내야 한다. 영국의 채권수익률은 미국만큼이나 높다. 영구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저금리의 선구자로 여겨졌던 일본조차도 채권수익률 상승 압력에 직면했다(차트 1 참조). 내년 일본 중앙은행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리라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차트1) 주요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비교. (차트2) 미국과 유럽의 전년 대비 기업부도 증감율. (차트1) 주요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비교. (차트2) 미국과 유럽의 전년 대비 기업부도 증감율.
시장의 전망이 옳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은 돈을 빌리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은 고통스러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누적된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현재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더 높게 더 오래' 시나리오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조합이다.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부터 살펴보자. 작년의 놀라운 사건 중 하나는 세계 경제, 특히 미국이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는 점이다. 10월 26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4.9% 성장한 것으로 발표됐다. 소비지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지원금 덕분에 늘어난 가계저축이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금리가 낮을 때 장기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을 누리고 있다. 올해 미국 기업의 순이자 지급액은 실제로 감소했는데, 이는 보유 현금으로 벌어들이는 이자가 부채 상환 비용보다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완충 효과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이전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가계에 축적된 저축이 곧 바닥날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9월 통계학자들은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현재 미국의 가계는 1조달러(1300조원)의 초과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연간 개인 총소득 총액의 약 5%에 달한다. 또한 고금리가 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수년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기업부채가 전체의 16%뿐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리파이낸싱할 경우 총부채의 평균 이자율은 올해 4.2%에서 2025년 4.5%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높은 금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보다 부채 만기가 더 빨리 도래하는 미국의 중소기업은 경기가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그리고 미국보다 성장세가 약한 유럽에서는 기업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차트 2 참조). 몇몇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다. 2021년 말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업의 부채 만기 중앙값은 각각 2.6년과 2.1년에 불과했다. 기업 부채가 GDP의 155%에 달하는 스웨덴의 경우,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의 평균 실효이자율은 올해 3월까지 1.5%에서 3.9%로 상승했으며 향후에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기업 파산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금리가 항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게 되면 만기가 긴 부채도 결국 기업에게 큰 손실을 입히기 시작할 것이다. 그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기업들이 2010년대에 막대한 차입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금융계 기업은 10년 동안 4조1000억달러의 부채를 순발행하는 한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3조2000억달러의 자본을 주주환원에 썼다. IMF 데이터에 따르면 선진국 전반에서 기업 부채는 2000년대 중반 GDP의 80% 미만에서 근래 들어 약 93%로 증가했다. 금리가 더 높게 더 오래 유지되면 이 시기에 끌어놓은 대규모 부채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간의 디레버리징은 2010년대 저성장이 투자를 저해했던 것처럼 2020년대에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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