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지난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알리익스프레스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휴대폰 케이스, 보조배터리를 구매했기에 호기심에서 행사에 참석했다. 배우 마동석을 전속 모델로 선정한 것도 의외였지만, 이날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10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말한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보도자료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또다른 중국 쇼핑앱 테무의 이용자 수(266만명)을 합치면 879만명으로 11번가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쇼핑앱은 거침없이 직격하고 있다. 특히 테무는 8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두 달 만에 이용자수가 다섯 배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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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는 4분기에는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올 한 해로는 적자규모가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해외진출에 사활을 건 中전자상거래업체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쇼핑앱의 국내 시장 점유율 상승은 장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중국 1·2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핀둬둬(Pinduoduo)가 중국 내수 시장의 포화 및 경쟁 격화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엔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남아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드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9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도 알리바바 본사에서 출장 온 임직원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핀둬둬도 적극적이다. 작년 9월 핀둬둬가 출시한 쇼핑앱 테무는 4개월도 안 돼서 108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테무는 유럽, 일본으로 시장을 확대했으며 지난 7월에는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온라인에 엄청난 광고비를 뿌리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PC로 인터넷을 하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테무 광고를 봤을 것이다. 사실 알리바바보다 핀둬둬의 성장세가 더 무섭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 매출이 2~3% 성장에 그치는 등 정체한 반면, 핀둬둬는 해외 이커머스플랫폼 활성화로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매출 크기로만 따지면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드컴퓨팅을 포함한 알리바바가 크지만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는 핀둬둬가 테무의 급성장에 힘입어 알리바바를 따돌리는 분위기다.
매출 발표 이후 핀둬둬 시가총액은 1959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알리바바(1905억달러)를 제쳤다. 알리바바가 16년 늦게 출발한 전자상거래업체에 밀린 건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공습으로 지금 국내 쇼핑몰 업계가 매운 맛을 보고 있지만, 조만간 더 매운 맛(테무)이 닥쳐올 수 있을 것 같다.
알리·테무 등 중국 쇼핑앱이 몰고올 유통 판도 변화
/로이터=뉴스1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중국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서 중간에 있는 한국 유통업자 단계를 없애고 있다. 이렇게 중간 마진을 없애버리면 생산자(중국)와 소비자(한국)는 모두 이득이다.
중국 쇼핑앱의 초저가 공습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구조화·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국에서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체감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추세가 장기화되면 한국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이들이 중국 공산품을 가져와서 팔고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도 설 자리가 좁아진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품을 파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향후 알리익스플레스와 테무의 초저가 공습은 장기간에 걸쳐 국내 유통업계 판도와 사업구조를 뒤흔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