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과'한 尹대통령, 이틀째 집무실서 업무만…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23.11.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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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2023.11.29.[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2023.11.29.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이틀째 외부 공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예상을 깬 큰 표 차이의 충격적 패배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최대한 몸을 낮춰 사과한 만큼 당분간 국정 전반을 돌아보면서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외부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외부 행사에 가는 대신 대통령실 집무실 등에 머물면서 각종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도 신임 이관섭 정책실장을 보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국정과제점검회의의 경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이 점검하고 보고하도록 오늘 아침에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은) 오전 내내 내부적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오늘 하루 외부 일정은 참석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밤사이 벌어진 경주 지진과 조계종 실세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역대 주요 정치인들이 그랬듯 불교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지녀온 자승 스님과 교류해왔고 실제 이번 입적 소식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보다는 엑스포 유치전 패배의 여파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점심시간 무렵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부터 공개 외부 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친상(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을 당했을 때도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던 터였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왼쪽)을 비룻한 대통령실 신임 수석들이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인선 발표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2023.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왼쪽)을 비룻한 대통령실 신임 수석들이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김대기 비서실장의 인선 발표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2023.1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 대통령의 전날 사과가 이례적일 정도로 뼈아픈 표현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대통령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저의 부족' '죄송'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면서 전적으로 이번 탈락이 본인의 잘못임을 밝혔다.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정부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음을 인정하면서 마지막까지 "정말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고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서서 이처럼 사과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사과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참모들이 미처 실무적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했다. 그만큼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고민의 깊이가 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곧바로 외부 공개 행사에 참석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는 건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이날 정책실장을 신설하고 대통령실 수석 전원을 교체하는 참모진 개편 인사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곧이어 단행할 개각 등을 최종 점검하는 한편 연말 국정운영 구상에 숙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각 등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의 책임을 묻는 조치가 반영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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