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당한 엄마, 지금은 바람나"…20대 아들의 고민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3.11.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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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던 어머니가 최근 다른 남성과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마주한 20대 아들이 조언을 구했다.

29세 남성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약 3주 전에 어머니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부모님은 현재 별거 중"이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는 간이 안 좋고, 당뇨까지 있어 사업을 다 정리한 뒤 혼자 귀농해 등산하면서 건강을 챙기시고 있다"며 "어머니는 혼자 도시에 살고 계신다. 저는 근무지가 멀어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한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과거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A씨는 "아버지는 평생 술, 담배를 안 하셨다. 하지만 제가 학창 시절에 어머니를 시도 때도 없이 폭행했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며 "현재는 안 그러신다. 그래서 어머니가 술에 의존하며 사셨던 것 같다. 알코올의존증을 앓은 지 15년 정도 됐고, 병원에 입원하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어머니는 10년 전쯤 취미로 산악회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계좌이체 할 일이 있어 살펴보던 중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 알림이 계속해서 울리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확인했다. 낯선 남성으로부터 온 메시지에는 "같이 내려가서 살자", "이런 적 처음이다" 등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어머니에게 산악회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불륜남의 SNS 프로필을 봤는데, 어머니랑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언제부터 연애했는지 써 놨더라"며 "불륜남의 휴대전화 번호를 몰래 저장해서 봤더니 어머니한테만 그렇게 보이게 설정해둔 거였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산에 가서 외박해야 한다면서 KTX 예약을 저한테 해달라고 하신다"며 "불륜남과 놀러 가는 걸 아는데도 모르는 척 예약해줘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나더라"고 털어놨다.

A씨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외도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화를 내는 대신 "나이 40~50살 먹고 피우는 바람은 그냥 모르는 척해라. 엄마의 사생활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알고 보니 어머니가 매일 술 마시고 아버지한테 이혼하자고 하셨더라"며 "아버지는 '바람피우더라도 부끄럽게 자식한테 걸리지 마라'고 하셨고, 엄마는 술에 취해 저한테 '왜 남의 휴대전화를 보냐. 아무 사이도 아니다. 동창이다'라고 변명하셨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A씨는 어머니의 외도 상대에게 전화해 "그만 만나라"며 욕설했다. 그러자 A씨의 어머니는 SNS와 전화를 모두 차단하고 연락을 끊었고, 아버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A씨는 "제가 계속 참았어야 했나 싶다. 친인척에 알려서 이혼하게 해야 할지, 이대로 덮고 조용히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부부 일에 자식이 끼어들면 안 된다", "매 맞고 산 어머니가 불쌍하지 않냐", "아버지 건강부터 챙기시길", "두 분 이혼하게 하고 본인 인생 사셔라", "바람피우는 것도 나쁘지만 폭력도 나쁘다", "아버지도 허락하셨는데 그냥 모르는 척하길"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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