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침묵, 해외만 돌던 마윈…"다시 태어나자" 공개발언 시작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11.30 20:32
글자크기

알리바바, 수년 새 기업가치 5분의 1 토막…
사내 직원망에 "회사 방향 수정하자" 메모,
경쟁사 앱 '테무' 성공 축하하며 개혁 촉구

마윈마윈


3년간 침묵하며 해외를 돌던 마윈이 알리바바에 '혁신'을 촉구하며 입을 열었다. 그간 알리바바의 업계 내 입지가 위축되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회사의 방향을 수정해 "다시 태어나자"며 공개 발언을 시작한 것. 알리바바가 자리잡지 못한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경쟁사 핀둬둬를 언급하며 회사의 혁신을 촉구하자 마윈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윈은 알리바바 사내 메시지 보드에 핀둬둬의 e-커머스 앱 '테무'(Temu)의 성공을 축하하며 알리바바의 경영 방향을 수정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마윈은 알리바바의 22만 직원들이 열심히 매진하면 과거의 성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마윈은 "모든 위대한 기업은 겨울에 태어난다. 미래를 위해 개혁하는 사람과 조직은 기꺼이 희생과 대가를 감수하며, 이들이 진짜 존경받는다"고 말했다. 한 때 중국 최고 시가총액을 자랑했던 알리바바는 게임과 소셜미디어 리더인 텐센트에 밀리고 있다. e-커머스 시장에선 후발 주자인 핀둬둬에 밀렸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1870억달러로 핀둬둬를 근소하게 앞서지만 3년 전(8500억달러) 대비 5분의 1에 그친다.

3년 전 금융 및 기술 산업에 대한 중국 규제 당국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후 마윈과 그의 회사인 알리바바는 시련을 겪었다.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가 취소됐고, 마윈은 이후 수년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호주 멜버른 호텔이나 일본 도쿄의 멤버스 클럽에서 간간히 목격됐다.



알리바바 역시 신규 사업영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치 못하고 위축되면서 핀둬둬나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등에 밀리게 됐다. 지난 3월 알리바바는 6개의 사업 영역을 쪼개 분사하기로 했지만, 이를 추진했던 CEO가 퇴진하고 경영진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분사 계획에서 11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의 기대가 가장 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빠지면서 알리바바 주가는 다시 한번 요동쳤다.

마윈의 이번 공개 발언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인지, 혹은 알리바바의 회사 전략을 더 이상 손놓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는 2014년 알리바바 기업공개 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마윈은 "지난 몇 년간 핀둬둬의 의사 결정과 실행, 그리고 노력에 대해 축하를 전한다"고 게시물에 썼다. 이 같은 발언은 핀둬둬가 미국에서 테무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매출이 예상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후 나왔다. 28일 핀둬둬 주가는 18% 급등했다. 앞서 알리바바는 수년간 해외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고전했다.


알리바바의 전 글로벌 주요 계정 책임자인 샤론 가이는 "테무는 e-커머스에만 집중하고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통해 전세계 고객, 특히 서구 고객들이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알리바바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마윈은 지난 3월 항저우의 한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주로 농업과 교육 분야에 열정을 쏟고 있는데, 얼마 전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하는 새로운 회사 '항저우 마의 주방식품'(항저우 마자추팡)을 설립하기도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