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말고!"…월가 거물들이 주목한 대안 후보는?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11.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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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 거물들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보다 나은 후보를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가는 정치 후원금을 쥐고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 시작이 약 2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판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업 리더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여러분이 매우 진보적인 민주당 당원일지라도 나는 여러분에게 니키 헤일리를 돕길 촉구한다"면서 "공화당에서 트럼프보다 나은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까진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와 함께 일해야 한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언은 헤일리 후보가 주요 후원자들로부터 지지 물결을 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하루 전엔 공화당 큰 손으로 꼽히는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헤일리 후보에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도 헤일리 후원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헤일리 후보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빠진 공화당 TV 토론회에서 유려한 말솜씨로 두각을 나타낸 뒤 지지율이 오르면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지지율 2위 자리를 위협, 트럼프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그 밖에도 '제 2의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 후보의 등장을 위해 비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염두에 부고 있는 민주당 후보로는 딘 필립스(54)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이 거론된다. 애크먼은 28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훌륭한 일을 많이 했다"면서도 "내 생각에 그가 다시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가 남긴 업적이 좋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할 일은 물러나서 출마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한 뒤 경쟁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오랜 민주당 후원자인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29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는 75세 이상, 아니 72세 이상인 후보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필립스 의원을 언급했다. 그는 필립스 후보를 만나봤는데 "놀랍도록 합리적이었다"면서도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선 헤일리 후보를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월가 내 고위인사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당수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를 원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월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반독점 규제 강화 기조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혼란을 각각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월가 거물들의 반응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 가능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의 중도성향 정치단체 노레이블스가 지난 7월 경합주 8곳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될 경우 무소속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63%에 달했다.

이달 12일 기준 2024년 미국 대선 후보들/사진=뉴욕타임스이달 12일 기준 2024년 미국 대선 후보들/사진=뉴욕타임스
다만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당장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 절차나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헤일리 후보는 공화당 경선 초기 판세를 결정할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율 2위지만 수치는 14.3%에 그쳐 1위인 트럼프(47%)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필립스 후보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며 경선을 관리하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미 바이든 캠프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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