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뮤직버스](https://thumb.mt.co.kr/06/2023/11/2023113009547287334_1.jpg/dims/optimize/)
그건 그만의 것이었다. 가사도 멜로디도 주법도, 심지어 조악한 프로듀싱마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개성이었다. 그의 창작 의지 앞에서 가르치려 들거나 정해져 있는 것들은 모두 무정형의 결론으로 밀려났다. 무의식으로 의식한 그의 노래와 시는 언제나 자연을 벗 삼아 불려져 부른 뒤엔 미련 없이 이전의 자연 속으로 흩어졌다. 그런 김창완이 37년 만에 엄마에게 사랑 고백을 하며 솔로 앨범을 낸 게 3년 전이다. 제목은 ‘문(門)’, 부제는 ‘시간의 문을 열다’였다. 나는 당시 리뷰에서 김창완이 “젊은 시절 기타로 썼던 수필에 노인의 깨달음이라는 연필로 마침표를 찍었다”라고 썼다. 그리고 리뷰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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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껏 지르거나 목청을 듣기 좋게 일렁이면 ‘잘 부른다’는 세간의 가창력 기준을 비웃듯 김창완의 노래에선 내려놓은 깨달음이 들린다. 드라마에 실으려 만들었다 이 앨범에 실은 '이쁜 게 없어요'처럼 그건 마치 “빈집 같은 몸"을 음악으로 자아낸 듯 하다. 한편으론 세 곡짜리 싱글 같기도 한 이 앨범의 타이틀 트랙 ‘나는 지구인이다’는 더 그렇다. 조용필의 최근 행보를 닮은 이 공허한 신스팝은 서초동 자택에서 자전거로 팔당대교까지 달린 1시간 30여 분 동안 떠올린 악상에서 비롯됐다. 중요한 건 '내 마음 (내 마음은 황무지)'를 부분 인용해 여기에 붙인 노랫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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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에서 뜨고 서산에서 지는 해, 만발한 꽃, 춤을 추는 나비, 파도치는 바다, 바람 부는 산. 역시 김창완다운, 너무도 단순하고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그 당연하고 단순한 삶을 내려놓고 부르는데 무려 47년 세월이 걸렸다는 듯 김창완의 목소리는 완전하게 자유롭다. 모든 걸 초월한 느낌이다. 동요 같고 동화 같다. 그는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그곳에 사는 우리는 또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에 대한 감정이 벅차올라 이 곡을 녹음할 때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노래로 전하려 한 '지구인'이라는 존재의 환기가 '나는 이런 노래를 불러왔다'는 음악가로서 존재의 확인으로 수렴된 셈이다.
음악이란 시작되면 세상만사를 다 꺼내보이다 멈추면 모든 걸 지운다. 힘껏 들려준 뒤 서슴없이 사라지는 이런 음악의 속성 때문에 김창완은 음악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우린 결국 사라지는 것들투성이 속에서 유일하게 지속되는 삶을 여며 나가는 것도 같다. '청춘'에서 '노인의 벤치'로, 베토벤('월광')에서 노고지리('찻잔')로 이어지는 이 앨범의 찬란한 덧없음은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표한 지난 11월 24일엔 발매 40주년을 맞은 김창완의 첫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함께 발매됐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만 요리한 그때 그 작품처럼 '나는 지구인이다'에 실린 곡들도 타이틀 트랙을 뺀 모든 노래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걷고 있다('시간'의 따뜻한 냉소는 그중 백미다).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는 통기타로 쓴 김창완의 두 번째 수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