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상생금융에 잊힌 국민 노후 권리

머니투데이 이학렬 금융부장 2023.12.01 05:38
글자크기
금융당국,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사진=임한별(머니S)금융당국,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사진=임한별(머니S)


상생금융이 금융권 화두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베풀어야 한다는게 핵심이다. 은행권이 어떤 노력이나 '혁신 없이' 금리 상승에 따른 '독과점의 이익'을 소수만 누리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억울하겠지만 일부는 사실이다. 은행권이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방안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돈을 벌고 있는 원천은 '은행업' 본질인 돈 빌려주기다. 창구에서 은행원이 느끼는 경쟁이 심하다고 하지만 은행업은 허들이 높은 과점 산업임도 분명하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면서 은행 숫자가 늘어났지만 과거에 사라진 은행 숫자도 채우지 못했다. 인터넷은행들이 5년간 급성장했지만 규모도 5대 은행에 비하면 여전히 아이 수준이다.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에 연말 성과급까지 받으니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희망퇴직으로 수억원 목돈을 가져가는 것도 배아프다.

반면 주변을 보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주말에 종종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던 음식점이 사라지는 걸 보면 자영업자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집 한채 마련하겠다고, 아파트 전세를 얻어 살고 싶은 마음에 은행 빚을 낸 사람들은 몇년전보다 이자만 2~3배 늘어났다. 은행들이 ESG경영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회공헌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부족할 수 있다.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라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평가에 토를 달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한 상생금융엔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0일 8개 금융지주 회장이 모인 간담회에서 요청한 상생금융 방안은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상황을 고려해(대상)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규모)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방식)으로 요약된다.

우선 지원 대상에 빠진 어려운 이들이 많다. 서민들, 청년들이 대표적이다.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당국은 귀를 닫고 있다. 앞으로 은행 외 다른 업권도 상생금융에 나서겠지만 상반기 적자로 '제 코가 석자'인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상생금융에 나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서 돈을 빌린 서민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채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다.

건전성을 해치지 않은 범위로 규모를 제한하면서 주주배당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3분기까지 국내 은행권은 19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순이익 18조5000억원을 앞섰다. 지난해 이상의 배당을 기대할 수 있으나 상생금융으로 기대감이 꺾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은행 금융지주의 주주들은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외국인 배를 불려주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면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광화문]상생금융에 잊힌 국민 노후 권리
그것뿐이 아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대부분 금융지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농협지주의 최대주주는 농협중앙회, 결국 농민이 주인이고 기업은행은 정부 지분이 70%에 육박한다. 은행권 상생금융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생금융 규모만큼 배당이 줄어들진 않겠지만 4분의 1인 5000억원만 줄어들어도 정부, 국민연금, 농민 등에 돌아갈 5000억원이 사라진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 모두의 노후자금이다. 내 노후자금 일부를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기꺼이 내주겠다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이에 동의할 지는 의문이다. 상생금융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면, 다른 말로 국민 노후를 해치면서 한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일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