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맏사위 윤관은 과테말라인이었다...왜?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11.30 06:00
글자크기

[선임기자가 판다]2008년 썬텔 등기 이사 때 과테말라 국적....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평가차익 2조원 넘어

윤관 블루런벤처 제너럴 파트너/사진=블루런벤처 홈페이지윤관 블루런벤처 제너럴 파트너/사진=블루런벤처 홈페이지


고(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 변론이 30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다. 강남세무서가 부과한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이 부당하다며 지난 3월 제기한 소송의 변론은 지난 9월에 이어 두번째다.

이 행정소송의 핵심은 미국 국적인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주자' 지위냐의 여부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으로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 한국에는 생활 근거가 없고, 구체적인 사업도 하지 않아 '비거주자'라는 주장을 하며 세무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점을 두고 다투고 있다.



하지만 윤 대표가 과거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고, '윤최관'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이사직을 맡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앞서 과테말라 국적자로 활동하게 된 경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가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했을 시기는 대한민국 국적자(미국 영주권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재계 일각에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시기에 병역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과테말라 국적을 일시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강남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국내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가장 쉽게 많이 취득하던 나라의 국적이 과테말라였다.



윤 대표는 다양한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명인 '윤관' 외에도 '윤최관', 윤관최(YOON KWAN CHOI), KWAN YOON(관윤) 등 여러 형태의 이름을 사용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구광모 LG 그룹 회장과 양어머니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윤 대표의 부인)간 상속분쟁 과정에도 윤 대표가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 이번 행정소송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LG 맏사위 윤관은 과테말라인이었다...왜?
군 입대 전 과테말라 국적 취득 왜?
윤 대표가 과테말라 국적의 '윤최관'으로 처음 등장한 공식문서는 그 자신이 지분 30.52%를 가졌던 전자부품(터치스크낼 패널) 업체 썬텔(현재 회사명 마크원테크놀로지)의 법인 등기부 등본이다.


썬텔의 법인 등기부 등본.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출력. 임원에 관한 사항에 이사 과테말라국인 윤최관 1975년 11월 3일생으로 표기돼 있다.썬텔의 법인 등기부 등본.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출력. 임원에 관한 사항에 이사 과테말라국인 윤최관 1975년 11월 3일생으로 표기돼 있다.
썬텔의 법인 등기부 등본에는 썬텔의 비상근 이사로 콰테말라국인 '윤최관'을 2008년 11월 19일 이사로 선임한다는 내용(위 사진의 빨간 줄 쳐 준 부분)이 기재돼 있다. 1975년 11월 3일생인 윤 대표는 3년 후인 2011년 11월 19일 썬텔의 이사에서 퇴임한 것으로 돼 있다.

썬텔의 감사보고서상 회사개황에는 지분 30.52%를 가진 주요주주이자 회사 임원의 이름으로 'YOON KWAN CHOI(윤관최)'가 기록돼 있다. 서류상으로 윤 대표는 과테말라 국적을 가졌을 때는 '윤최관'라는 이름과 영문 'YOON KWAN CHOI'라는 이름을 국내에서 혼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의 이름에 '최(CHOI)'가 들어간 것은 그가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면서 자신의 모친의 성(姓)에서 따온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표는 최씨 성의 어머니와 대영알프스리조트로 유명한 (주)대영의 윤태수 회장의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2000년 스탠포드대를 졸업했다. 윤 대표 부친의 사업체인 (주)대영은 1997년 8월 부도가 난 후 2002년 5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윤 대표는 자신의 과테말라 이름(윤최관) 외에 다른 가족들 중에도 부부의 성을 함께 쓰도록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업체 썬텔의 주주현황. YOON KWAN CHOI(윤관최)가 30.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료: 사업보고서휴대폰용 터치스크린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업체 썬텔의 주주현황. YOON KWAN CHOI(윤관최)가 30.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료: 사업보고서
그가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과테말라인 '윤최관'으로 국적을 변경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병역의무가 사라졌다.

우탁균 병무청 부대변인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면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은 우리 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우리 국적은 사라지게 되고 대한민국 남성의 의무인 병역의 의무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표의 청구가 기각된 조세심판원의 결정문에 따르면 윤 대표는 199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지 14년만인 2005년에 미국 영주권을 획득하고, 그로부터 6년후인 2011년에 미국 시민권을 갖게 됐다. 두 시기 사이의 특정시점에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윤대표가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표기로 이름을 사용할 경우 동일인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윤 대표가 어느 시기에 어떤 이유로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게 됐는지 알기 위해 블루런벤처(BRV)코리아와 마크원테크놀로지에 연락했으나 윤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BRV코리아 관계자는 '과테말라 국적 취득경위와 현재 체류지(미국, 홍콩 등)가 어디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국내에 없다"며 "어디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또한 "질문 내용을 비서 쪽에 전달했으나 아직 답이 없다"고만 말했다. BRV 코리아 측은 이후 기자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윤 대표가 윤최관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투자한 마크원테크놀로지(구 썬텔) 측도 "상두환 대표와 담당자가 현재 부재 중이며 곧 연락하겠다"고 답한 후 재차 연락해도 답이 없었다.

2018년 마크원 주주에 윤최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윤최관 지분을 포함해 마크스앤컴퍼니, 마크스유한책임회사, 기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022년말 기준 기타 지분 27.52%와 동일하다. 윤최관의 지분매각 공시가 없는 것으로 볼 때 2022년말 기준 기타 지분에 윤 대표의 지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자료: 마크원테크놀로지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2018년 마크원 주주에 윤최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윤최관 지분을 포함해 마크스앤컴퍼니, 마크스유한책임회사, 기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022년말 기준 기타 지분 27.52%와 동일하다. 윤최관의 지분매각 공시가 없는 것으로 볼 때 2022년말 기준 기타 지분에 윤 대표의 지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자료: 마크원테크놀로지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한국에서 여러 회사 이사로 등재...윤최관으로 다수 활동

2008년 이사로 등재된 썬텔에서는 3년 임기가 끝난 후인 2011년 다시 등기 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썬텔의 등기이사 명부 중 일부 캡쳐.2008년 이사로 등재된 썬텔에서는 3년 임기가 끝난 후인 2011년 다시 등기 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썬텔의 등기이사 명부 중 일부 캡쳐.
과세당국 조사에 따르면 최근 윤 대표와 과세 당국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이냐의 여부인데, 그는 자신의 주무대가 미국으로 한국에서는 YFM(젊은박물관후원자) 등 재계 봉사단체에서 비사업적 활동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청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윤대표가 국내에서 총 320 차례에 걸쳐 굴지의 국내 경제인 등과 업무미팅을 하고, 사업장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대표는 대부분 미팅은 LG의 맏사위로서 재계 지인들과 가진 사적 친목 모임이었다며 국내에서는 사업적 활동을 개인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조사 과정에서 밝혔다.

하지만 윤 대표는 2008년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썬텔에 투자하고, 이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된데 이어 임기가 끝난 3년 후인 2011년에도 비상근 이사로 재선임됐다. 썬텔 외에도 휴대폰 힌지업체인 HK하이텍(구 노키아벤처스가 투자)의 이사와 썬텔의 자회사인 에스씨지디스플레이 이사 등으로 등재돼 활동했다. 또 한때 LG 계열로 편입되기도 했던 이스트애로우파트너 이사로 등재돼 청산인 역할도 했다.
2019년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의 이사로 미합중국인 관윤(Kwan Yoon)이 등재된 법인등기부 등본/사진=대법원 인터넷 등기소.2019년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의 이사로 미합중국인 관윤(Kwan Yoon)이 등재된 법인등기부 등본/사진=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앞서 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세무조사 결과, 윤 대표가 2016~2020년까지 국내서 벌어들인 배당소득 221억원을 신고 누락한 것에 대해 123억7758만원을 추징했고, 윤 대표는 이에 대해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윤 대표는 이에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30일 2차 변론 기일이 예정돼 있다.

한편, 윤 대표는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 군도 등에 소재한 2개의 펀드(BRV 로터스 성장펀드 2015와 BRV 로터스 펀드3)를 운영해 최근 증시의 핫이슈로 떠오른 에코프로머티 (117,700원 ▲3,100 +2.71%)리얼즈 주식 총 1685만5263주(지분율 29.75%)를 보유하고 있다.

BRV가 4차례에 걸쳐 투입한 매입자금은 총 926억7617만여원이다. 29일 종가(13만6500원) 기준으로는 시가 2조 3007억여원어치다. 아직 BRV가 보호예수로 인해 이익실현을 못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평가수익률은 2383%(약 2조 2080억여원)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윤 대표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2조원이 넘는 차익이 실현될 경우 향후 어느 정도 세금이 걷힐 지도 관심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