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육상부'의 부활, 정수빈 "자부심 가질 필요, 수비는 늘 자신있다"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11.2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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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이 27일 KBO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정수빈이 27일 KBO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화수분 야구'라는 두산 베어스에서 신인 시절부터 살아남았다. 가을에 누구보다 강했고 팀을 위한 희생적인 플레이가 돋보였지만 타이틀로 남은 건 하나도 없었다. 데뷔 후 14년 만에 정수빈(33)이 감격스러운 자리에 섰다.



정수빈은 지난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 137경기에 나서 타율 0.287, 143안타를 기록한 정수빈은 39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에 올랐다. 신민재(LG·37개)를 단 2개 차이로 제치고 구단 역사를 통틀어 도루왕에 이름을 올린 4번째 선수가 됐다.



무대에 오른 정수빈은 "시상식이 처음인데 도루상이라 더욱 뜻깊다"는 그는 "이승엽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도루상을 획득했기에 앞으로는 최다안타상에도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전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로 알려져 있기에 도루상을 처음 수상했다는 건 야구 팬들에게도 의외의 결과였다.

2009년 데뷔한 정수빈은 정작 30도루를 넘긴 적도 올 시즌을 제외하면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누구도 정수빈이 빠른 발을 지녔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전엔 팀 사정상 굳이 도루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 3시즌 동안엔 20도루도 넘기지 못했다.


도루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정수빈. /사진=뉴스1도루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정수빈. /사진=뉴스1
시상식 후 만난 정수빈은 "최근 몇 년간에 못 뛰었던 건 아무래도 우리 팀이 그때 당시에 타격이 너무 좋은 팀이어서 내가 많이 안 뛰어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올 시즌 같은 경우는 이승엽 감독님이 시즌 전 캠프 때부터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해주셨고 나도 마음 놓고 많이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15년 이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를 만큼 강력했던 두산은 강력한 타선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9위로 추락한 뒤 올 시즌 다시 가을야구에 나서며 반등했지만 타선의 힘은 부족했다. 그렇기에 이를 보완해준 정수빈의 빠른 발은 더욱 값졌다.

한 때 두산은 '스피두', '두산 육상부'로 불릴 만큼 빠른 발을 자랑했다. 앞서 정수근이 1998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던 시절을 차치하더라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종욱(2006년 51도루)과 오재원(2011년 46도루)을 비롯해 민병헌, 고영민 등과 함께 정수빈 또한 육상부의 일원으로 맹활약했다.

당시에도 두산의 타격은 강했지만 한 방으로 점수를 내기보다는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이동해 득점권 기회를 만든 다음 집중력 높은 타격으로 점수를 보태는 식이었다. 올 시즌 방망이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도 정수빈이 팀 내 최다인 75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수빈을 앞세운 두산은 하위권에 머물렀던 최근 몇 년과 달리 올 시즌 도루 2위(133개)로 올라섰다. 향후 '육상부'의 활약을 앞세운 팀 컬러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정수빈(오른쪽). /사진=뉴시스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정수빈(오른쪽). /사진=뉴시스
한 해 동안 열심히 뛴 결과 정수빈은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시상식을 찾았다. 그동안 시상식 시즌만 되면 동료들을 축하해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던 정수빈은 "데뷔하고 첫 타이틀인 도루상을 받게 됐는데 올 시즌 목표를 세웠던 건 아니었지만 도루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개인적으로도 프로 생활하면서 의미가 있는 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한 팀에서만 활약했던 그에게 훈장과 같은 트로피다. 정수빈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두산에서 타이틀을 받는 선수가 한 명 나왔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 목표로 최다안타상을 내세운 것에 대해선 "가능성은 솔직히 많이 희박한데 내가 올 시즌에 1번 타자로서 많이 나갔는데 내년에도 나가야 될 상황이 올 것"이라며 "1번 타자를 하면 타석 기회가 많이 오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안타를 많이 쳤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수빈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화려한 수비다. 먼 거리를 달려와 몸을 날리며 타구를 잡아내는 다이빙 캐치는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올해 신설된 수비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정수빈은 "수비상을 못 받아서 아쉽긴 하지만 지표에 나타나는 부분을 통해 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수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는 항상 수비는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비는 정말 좋은 선수'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다. 내년에 받게 되면 좋겠지만 항상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 태도를 바꾸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중견수 수상자가 된 박해민이 한국시리즈에서 타구를 잡아내고 포효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정수빈은 "잘 잡았으니까 하는 건 당연히 더 멋있다. 또 프로는 그런 쇼맨십도 필요하다"면서도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캐치를 했을 때 쇼맨십이 많이 없다보니까 팬분들께서도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수비상도 생겼으니까 내년엔 한 번 쇼맨십도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다이빙 캐치를 하는 정수빈. /사진=뉴시스다이빙 캐치를 하는 정수빈.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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