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문신, 국가가 국민 범법자로 내몰아" 조명희 의원 작심발언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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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겸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눈썹·두피·입술 문신 등 반영구화장(표피 침습)과 타투(진피 침습)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지만 이런 시술을 의료인만 가능하게 한 유일한 나라가 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반영구화장·타투 업계에선 보건복지부에서 통합안을 마련해온다는 가정하에 올해 11월, 늦어도 12월 내 법안(통합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반영구화장 및 타투에 관한 법률안'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않아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겸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복지부의 늑장 대응으로 국민 1800만 명이 범법자로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어찌 된 영문일까. 조명희 의원에게서 난항을 겪는 합법화 추진 과정을 들어봤다.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겸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복지부의 늑장 대응으로 반영구화장·타투 합법화가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겸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복지부의 늑장 대응으로 반영구화장·타투 합법화가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1800만 명이 범법자로 내몰렸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우리나라에서 반영구화장·타투가 점차 보편화하고 있지 않은가. 반영구화장·타투를 시술하는 종사자가 최대 200만 명이고, 이들에게서 시술받은 소비자가 1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합 1800만 명이 범법자로 내몰렸다. 우리나라는 반영구화장·타투를 비의료인이 시술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사례가 없을 정도로 유일하다. '의료인'의 문신 시술만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나 역시 20년째 눈썹에 반영구화장을 해왔으니 범법자인 셈이다."



Q. 합법화 과정이 난항을 겪는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현재 나를 포함, 여·야 국회의원 11명이 '반영구화장 및 타투에 관한 법률안' 11개를 대표로 발의한 상태다. 이들 11개 법안이 원래는 지난 21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상정 전날(20일) 복지위 실무자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상정이 불발됐다. 상정 전날 복지부 실무자에게 이런 내용으로 전화도 받았다. 복지부의 늑장 대응으로 국민 1800만 명이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반영구화장·타투는 K-뷰티 산업의 큰 부분이다. 우리 국민이 밀실에서 불법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합법화하기 위해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앞서 지난 9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2법안심사소위위원회를 열고, 문신사법(문신업법)과 필수의료지원법 등 법안 67건을 심의했는데, 그중 문신사법은 이날 제2법안소위에서 일단 계류됐다. 11건에 달하는 문신 관련 발의법안을 통합하고, 관련 단체 간 입장을 조율한 통합법안을 보건복지부가 마련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자는 의도에서였다. 당시 강기윤(국민의힘 의원) 복지위 제2법안소위 간사는 "이해당사자 간 미세한 조율이 필요해, 다음 법안 소위까지 복지부에 당사자 간 합의한 법안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눈썹문신, 국가가 국민 범법자로 내몰아" 조명희 의원 작심발언
Q. 의사들이 합법화를 반대한다고 들었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그랬다. 의사들의 주장은 '의대 들어가서 전문의를 따기까지 15년 이상 걸리고, 바늘·염료를 넣는 행위는 인체 침습 행위로 의사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논리였다. 특히 표피층만 건드리는 반영구화장과 달리 타투는 진피층까지 건드리므로 의사들의 반대가 심했다. 게다가 간호법 저지에 앞장섰던 내게 미안해서인지 의협에서는 다른 의원에게 가서 합법화를 천천히 하자고 달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 내 의원실로 대한의사협회·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와 반영구화장·타투 관련 11개 단체(▲한국스케치메이크업협회 ▲국제미용능력개발연구협회 ▲뷰티문화예술특별위원회 대구지회 ▲국제전문예술가연합회 ▲케이타투이스트협회 ▲한국반영구화장사중앙회 ▲국제미용가연합회 ▲한국미용예술전문가협회 ▲국제미용건강총연합회 ▲케이뷰티전문가연합회 ▲한국뷰티산업진흥원)의 단체장이 모여 3시간 동안 간담회를 진행해 각자의 의견을 취합했다. 이때 대한의사협회는 '반영구화장의 합법화를 반대하지 않겠다. 다만 마취제 불법 유통, 염료 위해성, 바늘 침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반영구화장·타투의 침습 행위는 의료법과 충돌하지만 무해 약품에 한해 허가를 제한하는 등 염료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선행해 국민 건강의 무탈이 바람직하다, 식약처가 염료에 대한 안전 지침을 먼저 작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제는 의사들도 합법화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Q. 이 시장이 음지에 있는데, 얼마나 활성화했나.
"전 세계 타투 시장 규모가 2021년 2조2900억원, 지난해 2조4210억원에서 오는 2029년 4조554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반영구화장·타투 시장은 2021년 12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 국민 3명 중 1명꼴로 눈썹 문신을 경험했다는 추정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반영구화장·타투를 '피부과' 등 병·의원에서 시술받는 사람은 전체의 0.17%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의료 목적보다는 미용 목적으로 반영구화장과 타투를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료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미용실·네일샵이나 오피스텔 같은 '밀실'에서 암암리에 시술받는다. 이른바 'K 타투'는 30년째 불법 지대에 놓여왔다. 국내 타투이스트만 1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외국에선 아티스트로 인정받지만, 우리나라에선 범법자에 불과하다. 종사자 대부분이 청년이다. 많은 청년 시술자가 국내에서 반영구화장·타투 시술을 하다가 신고당해 감옥살이하거나 벌금을 내고, 급기야 자살하거나 이민 가는 경우도 적잖다. 과거 한국의 솜씨 좋은 시술자들이 중국·베트남·태국 등지에 가서 기술을 전파했는데, 이제는 이들 나라의 시술자들이 해외로 기술을 전파한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K-뷰티 종사자들은 불법의 그늘에 숨어 지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조명희 의원. /사진=정심교 기자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조명희 의원. /사진=정심교 기자
Q. 최근 발의도 했는데, 합법화 이후 상황을 내다본다면.
"지난 8월 30일 ▲반영구화장사·타투이스트가 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점 ▲반영구화장사·타투이스트가 아니면 반영구화장이나 타투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영구화장·타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일단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 합법화부터 한 후, 세부 내용은 시행규칙·시행세칙 등으로 살을 붙여나가면 된다. 국가 자격증 시험 등 라이센스 제도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과정이 간단한 타투스티커부터 눈썹 문신, 두피 무신 등 난도별 'X축'을, 지우는 데 비용 등 부담이 적게 드는 순으로 'Y축'을 만들어 단계별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가장 난도 높은 타투는 피부과에서 지우는 데만 10회에 1800만원가량이 들 정도로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눈썹·두피의 반영구화장, 전신의 타투를 구분해 자격증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합법화 여부와 상관없이 염료는 2025년 6월부터 현재의 환경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관리·감독 부처가 변경된다. 이 때문에 식약처 관계자들이 일이 많아지니 입이 '쭉' 나왔다고 한다. 그래도 인체 위해성이 없는 염료를 검증 ·분석해 상용화하도록 식약처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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