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 카메라 상점에 빈티지 카메라들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온유 기자
집안 창고에 갇혀 있던 2000년대 빈티지 디카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Retro) 현상이 패션과 인테리어 등을 넘어 전자제품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모님이 오래전 구매한 빈티지 디카와 온라인에서 산 캠코더를 사용한다는 김은강씨(31)는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흐릿한 빈티지 디카로 촬영한 영상을 중간에 삽입하면 트렌디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 이후 빈티지 디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디토' 뮤직비디오에서는 5명의 멤버들이 빈티지 디카나 캠코더를 활용해 촬영을 하고 오래된 티비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상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빈티지 디카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진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빈티지 디카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인스타그램 oxo_cam이라는 계정으로 빈티지 디카와 캠코더를 판매하는 김모씨(25)는 "20대 중 빈티지 디카를 찾는 사람이 많다"며 "2~3년 전까지만 해도 필름 카메라가 유행했는데 올해부터는 빈티지 디카를 문의하시는 분이 늘었다. 필름 카메라와 달리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만 있으면 지출 비용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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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shinacamera 계정을 통해 빈티지 디카를 판매하는 김모씨는 "니콘 쿨픽스 s01같이 연예인들이 쓰는 빈티지 디카가 인기가 많다"며 "가격과 상관없이 인기 기종은 금방 팔린다"고 말했다.
카메라 필름의 가격 최근 2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MZ세대 사이 필름 카메라의 인기도 여전하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용준씨(27)는 "다 찍은 필름을 감아서 사진관에 맡기고 인화나 스캔 전까지는 결과물을 확인할 수 없어 매 컷을 소중하게 찍는다"며 "이렇게 얻게 되는 사진은 내가 직접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느껴지는 감동도 더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 속에서 살아온 MZ세대에게 아날로그가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이라며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의미의 '아네모이아'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아네모이아적인 성향이 MZ세대의 심리에 깔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