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클래식이 결국 통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11.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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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


배우 정우성은 ENA 새 월화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의 원작 판권을 13년 전에 구매했다. 장애를 가진 남자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순간 심장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적 인식과 드라마 제작 환경 등으로 인해 13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2023년 12월이 돼서야 세상에 등장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은 변하지 않았다. 단순히 '올드한' 작품이 아니라 '클래식한' 감성을 깊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작품이다. 1995년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사고로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 화가 차진우는 배우 정우성, 승무원을 포기하고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정모은은 배우 신현빈이 맡았다.

/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


1·2화에는 제주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두 사람이 운명처럼 재회하고 점차 다가가는 모습이 담백하게 표현됐다. 다만, 진우와 모은의 험난한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청각 장애로 인해 불길이 치솟아도 알아채지 못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진우의 모습이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을 마주하는 모은의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게 한다. 각자의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자칫 무겁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편견없이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우는 단역배우, 보조출연 등의 칭호에 익숙해져 있던 모은을 유일하게 '배우'라고 불러준 인물이다. 모은 역시 진우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는다. 수어를 직접 배워 진우에게 먼저 다가가는 유일한 인물이 모은이다. 항상 먼저 다가가야 하고 '죄송합니다'를 반복해야 했던 진우에게 이 같은 낯선 경험은 새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진우와 모은의 만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그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승화된다.

/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

서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과정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있어도 올드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정우성이 맡은 차진우는 말 대신 수어로 감정을 표현한다. 대사가 없지만 '멜로 장인'의 감성은 여전하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등을 통해 다양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정우성은 11년 만의 멜로 복귀지만, 짙은 감성으로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캐릭터의 특성상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지는 않지만, 눈빛과 수어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종종 나오는 담백한 내레이션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신현빈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특성상 진우와 모은은 대사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지 못한다. 오로지 상황과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신현빈은 정우성의 눈빛을 통해 감정을 읽고 스스로도 다채로운 눈빛을 발산하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조금씩 조금씩 진우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사진='사랑한다고 말해줘'
1.5%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2화 1.8%를 기록했다. 정우성과 신현빈이라는 이름값을 고려하면 낮은 수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고 감정의 구도가 명확한 작품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은 추후 반등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작품이 주는 따뜻한 감성이 연말 분위기와 어우러진다는 점 역시 상승세를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귀를 때리는 명대사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슴을 직접적으로 때리는 다양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물론, 두 사람의 사랑은 그동안 걸어왔던 인생처럼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해와 잘못된 선택이 원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클래식한 멜로의 가장 큰 장점인 치유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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