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제 3년 연장' 기촉법, 7부능선 넘어···"2년내 개선책 마련"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김지영 기자 2023.11.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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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15.[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15.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의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7부 능선을 넘어섰다. 정부는 2년 내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안심사 1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열어 워크아웃 제도의 일몰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워크아웃 제도가 일몰된 지 한 달 여 만에 일몰 연장을 위한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는 금융위원회가 2025년까지 법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기업 구조조정 제도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법원의 인가, 승인 등 역할 확대를 포함한 발전적 개편 방안을 마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한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기촉법은 부실기업이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다.



워크아웃 제도는 그동안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주요 기업 정상화 과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촉법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법에 의한 워크아웃 제도는 현재까지 다섯 번 연장됐고 지난 10월15일 일몰됐다. 산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연장되지 않으면 부실징후 기업들이 줄도산할 수 있단 우려를 들어 국회에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왔다. 반면 기촉법이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상황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된 법인 만큼 20년 이상 운영하는게 한시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왔다.

기촉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야당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해온 사안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2+2 민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기촉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싣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마무리 전에 기촉법이나 유통산업발전법, 중대재해처벌법, 1기 신도시 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우주항공청법 같은 법안들을 신속하게 협의해 어려운 민생 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국회가 역할을 하자"고 했다.

정무위 위원이기도 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정상화를 돕는 기촉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민주당의 대승적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법 실효 기간 중 "자율협약을 통한 차질없는 정상화 지원과 조속한 재입법에 나서겠다"고 했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인용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는 2021년 3572개로 14.8% 늘었다. 은행권이 매년 신용공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 중소기업의 수도 2019년 201곳을 기록한 뒤 2021년 157곳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183곳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윤 의원은 개정안 발의 당시 "2022년 말 기준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35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이 82%(29곳)를 차지하며 기촉법이 중소기업의 정상화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법의 지속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성숙된 상태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워크아웃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금융채권만 동결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와의 상거래채권·채무는 정상적으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해당 산업 또는 경제 내 파급력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국내 경제 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인용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42.3%로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올해 연초부터 9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121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고 법인회생 신청도 7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5% 늘어났다.

경제단체들은 "2001년부터 기촉법에 근거해 운영된 워크아웃 제도는 지금까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정상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법정관리와는 달리 3년 6개월로 비교적 짧은 것은 물론이고 △신규 지원자금 확보 및 상거래 유지 가능성 △수익성 회복 △높은 성공률 도달 등 여러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재기 기회 없이 무너진다면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고,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까지 악영향을 끼쳐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기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뜻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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