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두 번 울린 코인 보따리상의 '돈 세탁'](https://thumb.mt.co.kr/06/2023/11/2023112808280769612_2.jpg/dims/optimize/)
일부 피해금은 '코인 보따리상'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이 중 1750만원을 입금받은 코인 보따리상 B씨는 P2P(개인 간 거래)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를 보이스피싱 조직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중간 "이것도 원래는 가상화폐 규제에서 벗어난다", "이상한 일에 말려든 거 같다" , "내가 자금세탁기도 아니고"라는 말을 했으나 결국엔 거래를 마쳤다. 며칠 뒤 B씨의 계좌는 지급정지됐다.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범죄의 자금 세탁에 이용된다. 돈을 쉽고 빠르게 익명으로 옮길 수 있는 가상자산을 이용하면 자금 추적이 더 어려워져서다. 범죄 피해금은 '코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통해 테더 등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뀌고, 이 코인은 또다시 다른 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를 거쳐 어디론가 사라진다. 피해자는 어디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처지로 남겨진다.
이같은 제도는 개인 간 거래에는 무용지물이다. A씨의 사건에서도 B씨 등은 형식적으로 거래자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거래자와 입금자명이 다른데도 거래를 체결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국내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거래된 범죄 피해금은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여러 지갑의 가상자산을 섞는 '믹싱'을 거쳐서 피해자가 되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의 공백은 지속적인 자금 세탁으로 이어진다. B씨는 2016년, 2019년, 2023년 등 수년간 주기적으로 전자금융거래 제한대상자가 되고도 코인 보따리상 활동을 계속했다. 이번 사건으로 피소된 또다른 '코인 보따리상' C씨는 법원 측에 답변서를 통해 "피고의 계좌는 사기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고 (피해금 또한) 정당한 거래를 통해 적법하게 입금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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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가상자산을 통한 범죄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제2차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내놨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전환되면 거래소가 즉시 범인 계정을 정지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피해금이 아예 원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해외거래소나 개인 전자지갑을 통해서 거래되는 경우에는 여전히 대응이 어렵다.
![피해자 두 번 울린 코인 보따리상의 '돈 세탁'](https://thumb.mt.co.kr/06/2023/11/2023112808280769612_3.jpg/dims/optimize/)
하지만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은 무서운 속도로 규모가 늘고 있다는 차별점을 가진다. 체이널리시스가 추산한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규모는 2018년 34억달러(약 4조3975억원), 2019년 118억달러(약 15조2668억원), 2020년 85억달러(약 10조9973억원), 2021년 142억달러(약 18조3719억원), 2022년 238억달러로 5년 만에 600.44%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원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지갑으로 보내면 수신인 정보도 파악이 어렵고 지급정지도 할 수 없다"라며 "결국 가상자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전 세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제도를 개선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처럼 국제적인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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