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올해의 투수→2년간 73⅓이닝' 최현일의 중꺾마 "LAD서 마지막 1년, 불태워 보겠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3.11.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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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일이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최현일이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진부합니다. 내년이 LA 다저스와 계약 마지막 해인데 끝까지 불태워 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 절실히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최현일(23·LA 다저스)이 2024년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LA 다저스는 선수 육성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메이저리그 명문팀이다. 특히 투수 육성에서는 그 위상이 드높아서 샌디 쿠팩스, 오렐 허샤이저,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클레이튼 커쇼 등 명예의 전당급 투수로만 역대 선발 로테이션을 채울 수 있을 정도. 최근에도 워커 뷸러, 더스틴 메이 등 특급 유망주들이 쏟아지면서 투수 육성 명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현일은 그런 팀에서 유망주 30위 안에 들고 올해의 마이너리그 투수상을 수상했던 기대주였다. 서울고 졸업 후 2018년 국제계약으로 30만 달러에 LA 다저스에 입단했고 2021년 기량을 만개했다. LA 다저스 산하 로우싱글A 팀인 란초 쿠카몽가 퀘이크스에서 15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3.17, 65⅓이닝 7볼넷 75탈삼진을 기록했고, 시즌 중 하이싱글A 팀인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스에서 9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17, 41이닝 11볼넷 31탈삼진을 마크했다.

총 24경기(11선발) 106⅓이닝 8승 6패 평균자책점 3.55로 2021년 LA 다저스 올해의 마이너리그 투수상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으로부터는 다저스 팀 내 26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MLB.com은 "최현일은 어린 투수 중에서도 커맨드와 컨트롤이 상당히 뛰어난 선수다. 디셉션이 가미된 스리쿼터 투구폼의 그는 스트라이크존 주위 원하는 곳에 공을 넣을 줄 안다"며 소개했다. 이어 "높은 완성도를 가진 선수로 향후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끝부분에 진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MLB.com은 LA 다저스 팀 내 26위 유망주로 최현일의 이름을 올렸다./사진=짐 칼리스 공식 SNS 2021년 MLB.com은 LA 다저스 팀 내 26위 유망주로 최현일의 이름을 올렸다./사진=짐 칼리스 공식 SNS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2년에는 2경기 4이닝 소화에 그쳤고 2023년에도 풀 시즌은 뛰지 못한 채 하이싱글A 무대에서 16경기(13선발) 4승 5패 평균자책점 3.75, 60인이 46탈삼진으로 시즌을 마쳤다.

최현일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3년 전에 굉장히 잘해서 상을 받고 기대치가 올라간 상태였는데 그걸 내가 부담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혼자 조급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못 했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부진이 계속됐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진 않았다.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과 약 6년을 함께 부대끼며 나날이 영어 실력이 늘었고, 이는 스스로 질문하기 좋아하는 성격과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났다. 최현일은 "난 어떤 것을 알려주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스타일이다. 또 미국에서의 6년간 영어를 할 줄 알게 된 것이 컸다. 영어가 되면서 문화적 차이와 미국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됐고, 남들보다 빠르게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쌓아갔고 그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입단한 LA 다저스 후배 장현석(19·마산용마고)에게도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줄 예정이다. 최현일은 "후배가 들어온 것도 굉장히 기쁘다. 한 팀에 한국 선수가 두 명 있는 건 나도 처음이라 굉장히 설레기도 한다"며 "장현석의 영상을 몇 번 봤는데 야구적으로는 알려줄 것이 없다. 야구는 알아서 잘할 것 같고 영어나 생활이나 야구 외적인 부분을 도와주려 한다"고 웃었다.

최현일. /사진=이상희 통신원최현일. /사진=이상희 통신원
메이저리그에서 내려온 선수들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최현일이 하이싱글A 팀에 있을 당시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블레이크 트레이넨과 더스틴 메이 등이 재활을 위해 잠깐 함께 생활했다. 최현일은 "미국은 프로 무대에 온 선수들이면 각자 할 일은 다 알아서 할 줄 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를 물어본다기보단 그 선수들이 운동하는 것을 봤다"며 "몸 자체도 달랐지만, 생각하는 것이 꽉 막힌 면이 없었다. 심지어 다쳤는데도 야구를 편하고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부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나 고교야구에 비해 팀 훈련보단 개인 훈련의 비중과 시간이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은 도태되고 자신의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선수들이 성공 가도를 달린다. 최현일도 지난 5시즌을 통해 자신만의 루틴과 훈련법이 정립했다. 메이저리그 우승 멤버들을 통해 깨달은 '즐기는 마음'으로 남은 1년을 잘 보내기만 하면 된다.

최현일은 내년 각오를 묻는 질문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진부한 것 같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고 LA 다저스에서 남은 계약 기간도 내가 알기론 내년이 마지막이다. 진짜 결과를 내야 할 시즌이라 생각해서 끝까지 불태우고 갈 생각이다. 기대보다 늦어졌지만,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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